정부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재진 환자와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소아 환자의 야간·휴일 비대면 초진을 허용하기로 한 초안보다 후퇴한 것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3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 방안’을 확정했다. 오는 6월 1일부터 시행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원칙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만성질환자는 대면 진료를 받은 지 1년 이내, 그 밖의 질환자는 30일 이내여야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초진 대상을 의료기관이 없는 섬·벽지 거주자,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만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1~2급 감염병 확진 환자 등으로 제한했다.

지난 17일 정부가 공개한 초안에는 만 18세 미만 소아 초진 환자도 휴일과 야간에 비대면 진료를 받는 방안이 포함됐다. 하지만 당정협의를 거쳐 이날 확정된 최종안에는 상담만 가능하고 약 처방은 받을 수 없도록 바뀌었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소아청소년과학회와 대한의사협회에서 안전성과 오진에 대한 책임 문제를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 반대에 막혀 소아 진료 허용 범위가 축소됐다는 의미다.

비대면 진료 이후 처방약은 직접 받거나 보호자가 대리 수령할 수 있다. 직접 수령이 곤란한 섬·벽지 거주자, 거동 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 희귀질환자는 약을 배송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다음달 1일부터 3개월간 계도 기간을 거쳐 시행하기로 했다.

산업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세계 주요 7개국(G7) 대부분이 초진과 처방약 배송을 허용하고 있어서다. 환자가 의사를 직접 만나지 않는 비대면 진료 서비스 비용을 30% 높여줘 건강보험 재정과 소비자 비용 부담이 늘어나도록 한 것도 논란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지난 당정협의회에서 발표한 초안보다 더 퇴보한 안”이라고 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