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을 비롯한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르게 반등하고 있습니다. 집값이 저점을 기록하고 다시 오르면서 집주인들도 내놨던 매물을 거두고 호가를 올리고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 중개 대표는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집값이 반등하자 집주인들도 급할 게 없다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3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집값이 급락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빠르게 반등하는 모양새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는 지난 17일 22억원에 손바뀜했습니다. 이 면적대는 지난 1월 18억7000만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는데 이보다 3억3000만원 상승한 수준입니다. 인근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 84㎡도 지난 6일 16억45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습니다. 이 면적대 역시 지난 1월 14억원에 거래됐는데 당시보다 2억4500만원 반등했습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도 지난 5일 32억5000만원에 팔려 지난 3월 거래된 28억5000만원보다 4억원이 뛰었고,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84㎡도 지난 4일 24억3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해 지난 2월 21억3000만원보다 3억원 상승했습니다.

순식간에 3억 껑충…"싸게 팔 이유 없죠" 집주인들 신났다 [돈앤톡]
집주인들은 여전히 집값이 완전히 회복하진 않았지만, 거래가 늘고 있고 집을 보러 오는 실수요자도 많아지면서 실거래가보다는 더 받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이미 급매물이 다 빠진 것은 집주인들도 다 알고 있다"면서 "실수요자들은 저점일 때 가격에 매물을 찾지만, 집주인들은 급매 가격으로는 절대로 내놓지 않는다.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만 하더라도 집을 보러 오는 수요자가 있으면 수천만원씩 흥정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흥정도 잘 하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경기, 인천도 마찬가지입니다. 경기도 화성시 청계동 '동탄역 시범한화 꿈에그린 프레스티지' 전용 84㎡는 지난 5월 11억1700만원에 거래돼 지난 1월 9억4500만원보다 1억7200만원 상승해 다시 10억원대에 올라섰습니다. 같은 동 ‘더샵센트럴시티’ 전용 84㎡도 지난달 11억3000만원에 거래돼 지난 1월 10억원보다 1억3000만원 반등했습니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송도더샵퍼스트파크F13-1블록’ 전용 84㎡는 지난달 9억5000만원에 손바뀜해 올해 초 7억8000만원보다 1억7000만원 올랐고, ‘송도더샵퍼스트파크F15블록’ 전용 108㎡도 지난 16일 14억원에 거래돼 직전 거래 11억8000만원(4월)보다 2억2000만원 상승했습니다.

화성시 청계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자연스럽게 호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집주인들 역시 실거래가가 오르는 수준에 맞춰 조금씩 호가를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한 아파트 단지 상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전경. 사진=뉴스1
서울 한 아파트 단지 상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전경. 사진=뉴스1
다만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자 거래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가격이 급매물 수준을 빠르게 벗어나면서 실수요자들이 따라붙지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입니다.

서울에 있는 한 공인 중개 대표는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된 이후 호가가 너무 오르면서 집을 보러 온 실수요자들이 '벌써 이렇게 올랐느냐'면서 고민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시장 호황기라면 호가가 올라도 수요가 따라올 텐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아직은 시장 상황이 회복됐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한편 집값 반등 움직임은 통계에서도 나타납니다. KB부동산이 발표하는 월간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KB 선도아파트 50지수는 5월 89를 기록해 전월보다 0.1포인트 올랐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10개월 동안 하락하던 지수가 멈추고 반등했습니다.

매수심리도 많이 회복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5월 넷째 주(22일) 기준 83.8을 기록했습니다. 이 지수는 올해 초 71.5였는데 불과 반년도 채 안 돼 10포인트 넘게 올랐습니다.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같은 기간 64.1에서 80.7로, 경기는 67.2에서 83.3으로, 인천은 66.1에서 83.8로 모두 급등했습니다. 다만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하는데 수도권 매매수급지수가 100을 밑돈다는 것은 여전히 집을 사려는 수요자보다 집을 내놓는 집주인이 많단 뜻으로 매수심리가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