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산문집 낸 이적 "상상에 불붙이는 부싯돌 같은 책 되길"

SNS 연재글 엮은 '이적의 단어들' 출간…"세상 향한 질문과 위로 담아"

"어린 시절에 제가 세상을 향해 던졌던 질문은 주로 화가 나 있었죠. 이제는 화보다는 체념이나 허탈함이 담긴 질문을 나 스스로를 향해 묻게 돼요.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저뿐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공감하고 위로를 받는 것 같습니다.

"
일상적인 소재에서 깊이 있는 울림을 전하는 노랫말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싱어송라이터 이적이 첫 산문집 '이적의 단어들'을 냈다.

이적은 31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일상 속 단어와 세상에 대한 제 생각을 통해 독자들의 상상력에도 불을 붙여주는 부싯돌 같은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개했다.

'이적의 단어들'은 인생, 시간, 지폐, 영화관, 가스 등 101개의 단어를 제목으로 이적이 쓴 글 101편을 엮은 책이다.

짧게는 1~2문장에서 길어야 책의 한 면을 넘지 않는 길이의 각 글은 통상적인 에세이부터 가상의 화자나 인물을 내세운 픽션, 운율감이 느껴지는 운문 등 장르의 구분 없이 다양하게 구성됐다.

'이적의 단어들'이라는 제목과 콘셉트를 출판사로부터 먼저 제안 받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이적은 "쓰다 보니 긴 글보다는 짧은 글이 더 내 이야기를 하기에 적합하다고 느껴졌다"고 했다.

"처음엔 통상적인 에세이 형식으로 한 편씩 길게 써봤는데 그러면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느낌이 글에서 들더라고요.

작사가로서 짧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해 많이 덜어내고 압축해서 읽는 사람들이 빈 곳을 채울 수 있게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

책에 담긴 글은 이적이 2020년도부터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연재하며 미리 공개됐다.

SNS를 통한 연재는 처음엔 단순히 글쓰기에 동기 부여를 하기 위해서 시작했다고 했다.

이적은 "혼자 방에서 글을 쓰려니 쉽지 않았다"며 "글을 쓸 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한 편씩 글을 써나갔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미리 공개된 글들은 참신한 시각과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는 내용으로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성공을 "싫은 사람과 같이 일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정의한 '성공', "오랜만에 만난 조카 앞에서 구차하게 만 원짜리를 셀 수 없어 호기롭게 5만원을 줬다 후회하지 않도록 3만원권 지폐를 만들자"고 풍자를 담아 제안한 글 '지폐' 등 특유의 통찰과 유머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며 회자 됐다.

이적은 "'성공'은 어느 날 후배가 내게 성공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봐서 대답했던 내용"이라며 "그저 개인적인 생각이었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공감할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노랫말을 연상시키는 '숲'과 '기타', '피아노', '콘서트' 등 음악인으로서 이적의 정체성을 담은 글도 실렸다.

올해 2월 가수 데뷔 후 1만일이 지났다는 그는 앞으로 음악에 대한 글을 출간하거나 문장과 음악이 함께 있는 음악극을 만드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설 예정이다.

"요즘에는 제 노래를 듣고 힘을 얻었다는 후배 아티스트의 말을 들을 때 가장 힘을 얻는 것 같아요.

제가 해 온 음악과 세월이 헛되진 않았다는 생각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웃음, 여유, 사랑을 잃지 않고 목표를 향해 길게 걸어갈 생각입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