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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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모친상을 당한 수용자의 귀휴를 허가하지 않은 교도소에 대해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특별귀휴 심사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라고 관계 당국에 권고했다.

31일 인권위에 따르면 교도소에 수용 중인 A씨는 2021년 12월 모친상을 당해 교도소장에게 귀휴 여부를 문의했지만, 코로나19 상황을 이유로 허가받지 못했고, 지난해 6월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형집행법은 가족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이 사망하면 수형자에게 5일 이내 특별귀휴를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교도소 측은 2021년 11월 정부의 단계적 일상 회복 전환 이후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는 추세였고, 수도권 중심으로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등 지역사회 확산 우려도 컸다는 점, 교정시설은 밀집·밀폐·밀접한 특성상 강화된 방역 조치가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해 귀휴를 불허했다고 밝혔다.

교도소 측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인권위는 "A씨의 특별귀휴를 허가하더라도 복귀 시 일정 기간 격리와 주기적 검사로 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A씨가 모친상에 참여하고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특별귀휴 허가를 통한 효행 실천·가족관계 지속은 교화와 수용 생활에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여러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못하고 특별귀휴를 불허한 처분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여기에서 파생되는 망인을 추모하고 기릴 권리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수형자 가족 또는 배우자 직계존속(부모) 사망 등 사유로 특별귀휴 심사가 이뤄질 때 구체적인 판단 기준과 절차, 귀휴자 관리 방안 등을 마련해 시행하라고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해당 교도소장에게도 적극적인 심사로 재소자 특별귀휴를 허가하면서도 방역 등 공익을 실현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귀휴자 관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