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아파트 월간 거래량이 3개월 연속 1만 건을 웃돌며 2만 건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등의 개발 호재가 있는 화성과 평택, 용인 등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붙어 거래가 활기를 띠면서다. 올해 들어 가격이 1억원 넘게 뛴 단지도 속속 나오는 등 경기 지역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화성·평택·용인에서 거래 ‘쑥쑥’

경기 아파트거래, 2만건 육박…'화·용·평' 주도
3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월 경기 아파트 거래량은 1만7041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만 해도 9510건에 불과하던 경기 아파트 거래 건수는 2월 1만6836건으로 뛴 이후 3월에도 1만6591건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만 건 돌파도 머지않았다는 평가다. 작년 9~11월 내내 월 거래량이 1만 건을 밑돈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올해 1~4월 기준 누적 거래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화성으로 6939건이었다. 평택(5464건), 용인(4514건), 수원(4430건) 등이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 사업장, 현대자동차 공장 등 대기업 생산시설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경기에서 지역내총생산(GRDP)은 화성, 성남, 용인, 수원, 평택 순서로 많다. 고임금 일자리가 많은 만큼 직장과 가까운 수요가 탄탄하다. 게다가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지정,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 용인 플랫폼시티 조성 등 향후 개발 호재도 쏟아지고 있다.

이들 지역에 실수요뿐 아니라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도 가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갭투자(전세를 낀 매매) 수요도 꿈틀거리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전국에서 갭투자 매매가 가장 많은 지역 1, 2위는 화성(117건)과 평택(90건)이었다. 아실은 아파트 매입 후 직접 거주하지 않고 3개월 안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거래를 갭투자로 분류한다.

광명은 올해 누적 거래량이 4060건으로 경기 내 5위에 올랐다. 광명의 경우 올해 서울 거주자의 매매 건수가 1035건으로, 전체의 25.5%나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과 같은 지역번호(02)를 쓸 정도로 입지 조건이 좋은 데다 광명뉴타운 개발 기대감 등이 반영돼 서울 거주자들도 매입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성남(3113건), 고양(2758건), 의왕(2540건) 등이 광명의 뒤를 이었다.

○용인 처인, 9주 연속 집값 상승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집값도 오르고 있다. 지난 3월 27일부터 9주 연속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는 용인 처인구는 수도권 시·군·구 가운데 상승 랠리가 가장 길다. 수원 영통구와 화성도 각각 7주, 6주 연속으로 집값이 뛰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 전용면적 73㎡는 4월 7억9700만원에서 5월 9억2700만원으로 1억3000만원 올랐다. 2월 8억9500만원에 매매된 용인 기흥구 삼거마을삼성래미안 전용 118㎡는 5월 10억1000만원에 거래돼 석 달 새 1억1500만원 뛰었다.

경기 북서부는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지역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의정부의 집값 변동률은 5월 셋째주 -0.19%에서 넷째주 -0.36%로 낙폭이 확대됐다. 광주(-0.16→-0.28%), 동두천(-0.23→-0.32%), 부천(-0.07→-0.15%), 고양(-0.15→-0.22%) 등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같은 경기도라도 일자리가 풍부한 용인 화성 등 남부권은 반등세지만 고양 남양주 같은 베드타운은 회복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전반적으로 규제 완화와 대출금리 하락 등으로 서울에서 시작된 시장 회복 심리가 경기도로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