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외교관’에서 주인공 케이트(케리 러셀 분)가 영국 항공모함 피격 전사자 장례식을 찾아가는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외교관’에서 주인공 케이트(케리 러셀 분)가 영국 항공모함 피격 전사자 장례식을 찾아가는 장면. /넷플릭스 제공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서울 전역에 경계경보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북한이 추가 발사를 예고하면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긴박한 상황에서는 외교적 해법이 최우선으로 고려된다. 한 치의 양보도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갈등을 최소한으로 노출한 채 사건을 봉합하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제작사들은 비밀리에 벌어지는 이런 과정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기울여왔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최근 공개한 오리지널 시리즈 ‘외교관’은 복잡한 국제 정치 이야기를 한 명의 여성 외교관을 중심으로 풀어내는 드라마다. 실제 국제 정세를 결합해 몰입도를 높이면서 드라마적 요소를 적절히 활용했다. ‘웨스트 윙’ ‘홈랜드’ 등 미국 유명 정치 드라마를 쓴 데버라 칸이 제작에 참여하면서 공개 전부터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다.

시리즈는 이란 해역을 항해하던 영국 항공모함이 피격당하면서 시작된다. 영국 장병 41명이 희생됐다. 이란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사건 해결을 위해 케이트(케리 러셀 분)가 갑자기 주영 미국 대사로 투입된다. 케이트는 공격 주체를 이란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진실을 파헤친다.

작품 속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이란 관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 현실 정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실제 국제 정치의 주요 이슈와 허구로 구성된 드라마적 요소가 탁월하게 결합했다는 점에서 감탄을 자아낸다. 비결은 제작진의 치열한 취재에 있다. 이들은 외교관은 물론 군사·정보 분야 전문가 등 60여 명을 2년에 걸쳐 취재하고, 국제 정치와 관련된 방대한 지식과 정보를 대본에 녹여냈다.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케이트는 부스스하고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검은 정장을 주로 입는다. 신중한 듯하면서 적극적인 면모도 보인다. 정치 드라마의 중심에 서서 장대하고 복잡한 전개를 이끄는 여성 캐릭터로서 손색이 없다. 케이트의 남편 할(루퍼스 슈얼 분)과의 호흡도 뛰어나다. 할은 케이트의 동료 외교관이자 전직 대사로 두 사람은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아내 케이트와는 정반대 매력을 갖고 있다. 케이트가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자신을 ‘대사 부인’이라고 할 정도로 위트가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정보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비공식 외교전을 펼칠 정도의 내공과 노련함을 갖췄다.

‘외교관’은 높은 인기 속에 일찌감치 시즌2 제작이 결정됐다. 전설적 ‘정치 미드’ 명단에 오르는 첫발을 뗐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