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아시아 수장 "이제 미국에서 돈줄 안나온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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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중동, 한·중·일, 동남아에서 모은다"
'기금 디커플링' 대비 나선 美월가
'기금 디커플링' 대비 나선 美월가
미·중 간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등 지정학적 위기가 투자 기금 부문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대표 자산운용사의 아시아 펀드 수장이 "미국에선 더 이상 자금 조달을 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다.
미국 정치권이 월가 자본의 아웃바운드 투자를 규제하는 이른바 '기금 디커플링'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국영공사 등을 동원해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주요 자금줄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드러나자 중국의 인바운드 투자 규제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휴이 대표는 "최근 시장에서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부문이 주시하고 있는 요인들을 짚어달라는 요청을 받곤 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지정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엔 기금 모금을 위해 미국에 많이 갔었다"면서도 "하지만 요즘엔 중동이나 동남아, 한국, 중국, 일본을 자주 드나든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금 언급한 나라들이 특히 중국 기업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제 미국에는 상사를 만나러 갈 뿐이지 펀딩을 위해 가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 대변인은 즉각 "휴이 대표의 발언은 업계 전반적인 동향에 대한 설명"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의 발언은 북미 지역의 대형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몸 사림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며 "워싱턴 정가가 해외 투자 심사 메커니즘 강화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선제적으로 중국향(向) 자금줄을 조이는 분위기가 만연한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올해 1월 캐나다 온타리오교원연기금(OTPP)이 중국 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히는 등 북미 지역의 대(對)중국 투자 심리가 급랭하고 있다.
하지만 FT는 이날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인수합병(M&A)에 막대한 중국 나랏돈이 투입되고 있다"며 "서방 각국 정부들이 중국 국부펀드가 자국의 기업, 인프라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막고 나서자 중국이 사모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투자공사(CIC), 해외자산관리국(SAFE) 등 중국의 국영기관들이 해외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펀드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부어 서방의 의료, 첨단기술, 엔지니어링 등 전 분야의 기업들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데이터 제공업체 글로벌 SWF에 따르면 중국투자공사와 해외자산관리국은 각각 1조3500억달러와 1조달러에 달하는 운용자산 중 약 4분의1을 사모펀드 등 해외 대체투자 부문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간접 투자를 통해 중국 정부는 스웨덴 수의학기업 IVC 에비덴시아, 태양광 발전기업 뷔나의 대만 프로젝트, 캐나다 보안업체 가르다월드 등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최근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이 확대되면서 사모펀드 업계도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 조달한 투자금 규모를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꺼리는 '민감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사실상 홍콩을 장악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조만간 서방 당국이 홍콩투자청의 투자금마저 중국 자본으로 간주하고 규제하기 시작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대미 기술 투자 연구를 주도했었던 릴리 맥엘위 미국 전략국제연구소 교수는 "이미 사모펀드를 통해 유입되는 중국 자금이 너무 광범위해 미국 정부가 이 부문에 대한 제재 카드를 꺼내드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미국 정치권이 월가 자본의 아웃바운드 투자를 규제하는 이른바 '기금 디커플링'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국영공사 등을 동원해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주요 자금줄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드러나자 중국의 인바운드 투자 규제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서 돈줄 안나온다"
골드만삭스 사모투자부문(PIA) 아태 지역 대표 스테파니 휴이는 30일(현지시간) 홍콩에서 개최된 사모펀드 컨퍼런스에서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의 지정학적 긴장 때문에 미국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시도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골드만삭스 사모펀드 부문의 아태 지역 대표로서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기업 투자를 주도해왔다. 특히 중국 기업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거뒀는데, 피치북 자료에 의하면 알리바바, 교육기업 아이튜터그룹, 젠지 바이오테크 등이 대표적인 포트폴리오 기업들이다.휴이 대표는 "최근 시장에서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부문이 주시하고 있는 요인들을 짚어달라는 요청을 받곤 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지정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엔 기금 모금을 위해 미국에 많이 갔었다"면서도 "하지만 요즘엔 중동이나 동남아, 한국, 중국, 일본을 자주 드나든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금 언급한 나라들이 특히 중국 기업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제 미국에는 상사를 만나러 갈 뿐이지 펀딩을 위해 가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 대변인은 즉각 "휴이 대표의 발언은 업계 전반적인 동향에 대한 설명"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의 발언은 북미 지역의 대형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몸 사림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며 "워싱턴 정가가 해외 투자 심사 메커니즘 강화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선제적으로 중국향(向) 자금줄을 조이는 분위기가 만연한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올해 1월 캐나다 온타리오교원연기금(OTPP)이 중국 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히는 등 북미 지역의 대(對)중국 투자 심리가 급랭하고 있다.
中의 해외 사모펀드 투자 규모 '껑충'
이날 휴이 대표는 맥킨지 자료를 인용해 "중국 투자자들이 전 세계 사모펀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시아 부문 펀드 모금에서 중국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 83%에서 지난해 34%로 급감했다는 분석이다.하지만 FT는 이날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인수합병(M&A)에 막대한 중국 나랏돈이 투입되고 있다"며 "서방 각국 정부들이 중국 국부펀드가 자국의 기업, 인프라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막고 나서자 중국이 사모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투자공사(CIC), 해외자산관리국(SAFE) 등 중국의 국영기관들이 해외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펀드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부어 서방의 의료, 첨단기술, 엔지니어링 등 전 분야의 기업들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데이터 제공업체 글로벌 SWF에 따르면 중국투자공사와 해외자산관리국은 각각 1조3500억달러와 1조달러에 달하는 운용자산 중 약 4분의1을 사모펀드 등 해외 대체투자 부문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간접 투자를 통해 중국 정부는 스웨덴 수의학기업 IVC 에비덴시아, 태양광 발전기업 뷔나의 대만 프로젝트, 캐나다 보안업체 가르다월드 등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최근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이 확대되면서 사모펀드 업계도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 조달한 투자금 규모를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꺼리는 '민감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사실상 홍콩을 장악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조만간 서방 당국이 홍콩투자청의 투자금마저 중국 자본으로 간주하고 규제하기 시작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대미 기술 투자 연구를 주도했었던 릴리 맥엘위 미국 전략국제연구소 교수는 "이미 사모펀드를 통해 유입되는 중국 자금이 너무 광범위해 미국 정부가 이 부문에 대한 제재 카드를 꺼내드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