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옛 연인 살해 사건이…" 불안감 커지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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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보복살인 이어 연일 강력범죄…"유사 피해 두려움 생겨"
증가하는 '데이트폭력' 신고…보복 우려 탓 신고 못할 가능성도 지난 26일 서울 금천구 시흥동 한 상가 지하장에서 이별을 원하는 A(47)씨가 애인이었던 김모(33)씨의 흉기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 집을 찾아가 행패를 부리고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지 1시간 만에 김씨가 벌인 '보복살인'이었다.
27일 오후에는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헤어진 여자친구의 목을 조르고 멱살을 잡아 강제로 차에 태운 B(31)씨가 체포됐다.
B씨는 스토킹과 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이력이 있었다.
28일 새벽 경기 안산시 단원구 주택에서는 사귀던 30대 여성을 목 졸라 살해한 뒤 흉기로 자해한 30대 남성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한때 연인이었던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가 매일 같이 발생하면서 불안감과 두려움을 호소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여성 직장인 김모(29)씨는 "직장 동료들과 아침마다 기사를 공유하면서 '또 나왔다'고 얘기하는 게 루틴이 됐다"고 전했다.
김씨는 "특히 사회 초년생인 젊은 여성은 약점을 잡히지 않으려 스토킹이나 폭력 신고도 못 할 거란 인식에 '목표'가 되기 쉬운 것 같다"면서 "물리적으로도 약하다 보니 비슷한 범죄 피해를 볼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이모(28)씨는 "남자친구가 '술을 누구랑 먹냐', '어디서 마시냐' 같은 질문을 하며 과도하게 일상을 통제해 헤어졌다"며 "소셜미디어(SNS) 프로필 사진을 바꾸고 싶어도 그가 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무서워서 그냥 둔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마음 같아선 스마트폰을 바꾸고 SNS 계정도 모두 새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별하고 나서도 헤어진 남자친구를 자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치기 어려워 일상이 위축되는 셈이다.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국내에서 벌어진 살인범죄는 미수와 예비 등을 합쳐 692건인데 범죄자와 피해자가 애인 사이인 경우가 9.3%였다.
경찰청 통계를 보더라도 2020년 1만9천940건이었던 이른바 '데이트폭력' 신고는 1년 만인 2021년 5만7천297건으로 약 3배로 늘었다.
데이트폭력으로 검거된 경우는 2016년 8천367명에서 2021년 1만554명, 지난해에는 1만2천841명으로 늘었다.
가까웠던 사이라 주소나 주변 관계가 노출돼 있어 보복 우려 등으로 오히려 신고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사기관에 파악되지 않은 사건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친밀했던 사이의 강력범죄 소식은 여성들에게 일상에서 안전이 담보됐다고 확신할 수 있는지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직장인 송유경(29·가명)씨는 "혼자 밤길을 걸을 때는 112를 눌러둔 상태에서 통화 버튼만 누르면 경찰에 연결될 수 있게 해놓고 휴대전화를 들고 간다"고 말했다.
김지은(29·가명)씨도 "엘리베이터는 최대한 혼자 타려고 한다.
남자랑 단둘이 탈 것 같으면 기다렸다가 다른 엘리베이터를 탄다"고 했다.
이현주(38·가명)씨도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심각한 수준의 폭력으로 하루아침에 목숨까지 잃는 사건들을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불쑥불쑥 불안감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기획조직국장은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의사를 표현하는 상대를 동등한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 성차별적 관념에 기반해 일어나는 전형적 여성 폭력 사건"이라며 "계속해서 납치나 살해 등 공권력이 개입에 실패했다는 메시지가 나오면서 여성의 두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공권력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았다'는 등 가해자와 피해자가 연인 사이였을 때 더 사소한 일로 여기는 경향이 나타난다"면서 "(여성에 대한 폭력이) 포착됐을 때부터 최대의 안전 조치를 했다면 결과가 다를 수도 있었다.
경찰의 수사 매뉴얼을 개선하고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증가하는 '데이트폭력' 신고…보복 우려 탓 신고 못할 가능성도 지난 26일 서울 금천구 시흥동 한 상가 지하장에서 이별을 원하는 A(47)씨가 애인이었던 김모(33)씨의 흉기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 집을 찾아가 행패를 부리고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지 1시간 만에 김씨가 벌인 '보복살인'이었다.
27일 오후에는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헤어진 여자친구의 목을 조르고 멱살을 잡아 강제로 차에 태운 B(31)씨가 체포됐다.
B씨는 스토킹과 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이력이 있었다.
28일 새벽 경기 안산시 단원구 주택에서는 사귀던 30대 여성을 목 졸라 살해한 뒤 흉기로 자해한 30대 남성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한때 연인이었던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가 매일 같이 발생하면서 불안감과 두려움을 호소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여성 직장인 김모(29)씨는 "직장 동료들과 아침마다 기사를 공유하면서 '또 나왔다'고 얘기하는 게 루틴이 됐다"고 전했다.
김씨는 "특히 사회 초년생인 젊은 여성은 약점을 잡히지 않으려 스토킹이나 폭력 신고도 못 할 거란 인식에 '목표'가 되기 쉬운 것 같다"면서 "물리적으로도 약하다 보니 비슷한 범죄 피해를 볼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이모(28)씨는 "남자친구가 '술을 누구랑 먹냐', '어디서 마시냐' 같은 질문을 하며 과도하게 일상을 통제해 헤어졌다"며 "소셜미디어(SNS) 프로필 사진을 바꾸고 싶어도 그가 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무서워서 그냥 둔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마음 같아선 스마트폰을 바꾸고 SNS 계정도 모두 새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별하고 나서도 헤어진 남자친구를 자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치기 어려워 일상이 위축되는 셈이다.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국내에서 벌어진 살인범죄는 미수와 예비 등을 합쳐 692건인데 범죄자와 피해자가 애인 사이인 경우가 9.3%였다.
경찰청 통계를 보더라도 2020년 1만9천940건이었던 이른바 '데이트폭력' 신고는 1년 만인 2021년 5만7천297건으로 약 3배로 늘었다.
데이트폭력으로 검거된 경우는 2016년 8천367명에서 2021년 1만554명, 지난해에는 1만2천841명으로 늘었다.
가까웠던 사이라 주소나 주변 관계가 노출돼 있어 보복 우려 등으로 오히려 신고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사기관에 파악되지 않은 사건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친밀했던 사이의 강력범죄 소식은 여성들에게 일상에서 안전이 담보됐다고 확신할 수 있는지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직장인 송유경(29·가명)씨는 "혼자 밤길을 걸을 때는 112를 눌러둔 상태에서 통화 버튼만 누르면 경찰에 연결될 수 있게 해놓고 휴대전화를 들고 간다"고 말했다.
김지은(29·가명)씨도 "엘리베이터는 최대한 혼자 타려고 한다.
남자랑 단둘이 탈 것 같으면 기다렸다가 다른 엘리베이터를 탄다"고 했다.
이현주(38·가명)씨도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심각한 수준의 폭력으로 하루아침에 목숨까지 잃는 사건들을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불쑥불쑥 불안감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기획조직국장은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의사를 표현하는 상대를 동등한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 성차별적 관념에 기반해 일어나는 전형적 여성 폭력 사건"이라며 "계속해서 납치나 살해 등 공권력이 개입에 실패했다는 메시지가 나오면서 여성의 두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공권력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았다'는 등 가해자와 피해자가 연인 사이였을 때 더 사소한 일로 여기는 경향이 나타난다"면서 "(여성에 대한 폭력이) 포착됐을 때부터 최대의 안전 조치를 했다면 결과가 다를 수도 있었다.
경찰의 수사 매뉴얼을 개선하고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