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3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세계 최대 배터리업체 닝더스다이(CATL)의 로빈 정(쩡위친) 회장을 만나며 중국에서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최대 생산기지이자 주요 전기차 부품을 공급 받는 중국에서 더 큰 사업 기회를 찾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머스크는 30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중국의 고위 관리들을 만난 뒤 정 CEO와 만찬을 가졌다. 이들의 주요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머스크가 CATL과 협력해 미국에 배터리 제조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포드가 CATL과 함께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계획과 비슷한 방식의 합작거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만남은 두 회사의 기존 협업을 더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모델Y와 모델3의 일부 차종에 CATL의 배터리를 공급받아 쓰고 있다. 이 차량들은 중국산 배터리 때문에 미국 연방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 내 배터리 공장을 세우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로빈 정 CATL 회장이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만나 걸어가고 있다.       트위터 캡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로빈 정 CATL 회장이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만나 걸어가고 있다. 트위터 캡처
이후 머스크는 베이징을 떠나 상하이로 떠났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머스크가 상하이에서 테슬라 기가팩토리를 둘러보고 리창 중국 총리를 만나 중국 내 주율주행 기술 도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리창 총리는 작년 10월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되기 전까지 상하이시 당서기를 지냈으며 테슬라 기가팩토리 건설을 지원하며 2018년부터 머스크와 인연을 이어왔다.

상하이 기가팩토리는 지난해 테슬라 전체 전기차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공장이다. 현재 이 상하이 공장은 연간 11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머스크는 또 상하이 기가팩토리를 방문해 세단 전기차 모델3의 새로운 디자인을 공개할 예정이다. 2017년 처음 생산을 시작한 모델3는 그동안 디자인을 거의 바꾸지 않았지만 이번 버전에서는 기존보다 전장이 더 길어지고, 더 날렵하면서 스포티하게 설계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머스크의 이같은 행보는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대변한다. 전세계에서 다수의 차량을 판매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BYD 등 현지 전기차 업체의 부상으로 판매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로운 모델을 상하이에서 공개하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주목을 이끌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투자전략자문사 오토모빌리티의 빌 루소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가 중국시장을 방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테슬라의 글로벌 시스템에 중국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행보"라며 "전세계적으로 비용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에서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