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의 '신뢰(confidence)'가 연일 거론되고 있다. 작년 말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고 세계 무대에 복귀한 중국이 기대에 못미치는 경제 성적표를 잇달아 공개한 데 대한 반응들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는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의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규제, 외국기업의 중국사무실 기습 단속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진다면 외국인 직접 투자만 축소되는 게 아니다"며 "그것은 중국 사람들의 스스로의 신뢰를 저해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상하이에서 열린 JP모간의 연례 글로벌 차이나 서밋 행사를 계기로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이먼은 JP모간 행사의 비공개 연설을 통해서는 "중국과 미국의 갈등, 그리고 미·중 갈등이 다른 동맹국들과 그 관계들에 미치는 영향 등 이 모든 차이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런 복잡한 비즈니스 상황을 겪어본 적이 없다"며 "1980년대 냉전은 (요즘 같은 상황에) 명함도 못 내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5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8.8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4월(49.2)보다 0.4포인트 떨어진 수준으로, 2개월 연속 기준선(50) 아래를 밑돌고 있는 것이다. PMI는 기업의 인사·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경기 전망 지표다.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그 이하이면 경기 위축을 전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앞서 발표된 중국의 4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4%, 5.6% 늘었지만 두 지표 모두 시장 예상치인 21.0%와 10.9%를 하회했다. 시장에서 "리오프닝(경제 재개)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가 생각보다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자 중국 본토 기업들을 추종하는 홍콩 항셍지수는 31일 하루 사이에 2%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 1월 정점 대비로는 20% 이상 쪼그라들었다. 이날 위안화는 달러 대비 0.5% 하락한 7.1128위안으로 올해 들어 약 3% 떨어졌다.

최근 골드만삭스의 후이 산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신뢰가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라며 "중국 소비자들에겐 미래에 대한 우려가 있고 이들은 지갑을 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민간투자도 매우 약하다"며 "투자자들은 기업들과 대화를 계속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참여를 꺼린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경제는 작년 말 리오프닝 이후 1분기에 빠르게 확장됐지만 이후 반등세가 주춤하기 시작했다"며 "소비자 및 투자자들의 신뢰 부족과 미중 간 지정학적 긴장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