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인플레이션 시작됐다"…폭락 조짐 보이는 원자재 시장 [원자재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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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밀, 천연가스 등 주요 원자재 연일 하락세
중국 경기 회복세 둔화하며 원자재 가격 하락
디스인플레이션 시작됐다는 전망도 잇따라
중국 경기 회복세 둔화하며 원자재 가격 하락
디스인플레이션 시작됐다는 전망도 잇따라
구리와 밀, 천연가스 등 주요 원자재 현물 가격이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예상보다 중국의 경제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미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리, 밀, 천연가스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연일 하락하고 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천연가스 선물(7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MMBTU당 0.069달러(2.97%) 하락한 2.25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주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경기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구리 가격은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파운드(1파운드=0.45㎏)당 0.027달러(-0.74%) 하락한 3.63달러에 마감했다. 지난주 구리 가격은 t당 7910달러를 기록하며 올해 최고점인 9436달러에서 20%가량 급락한 바 있다. 재고량은 9만 7725t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치를 찍었다.
식품 가격 지표인 설탕 선물(7월물) 가격은 파운드당 0.25달러(1.07%) 하락한 25.06달러에 마감했다. 현물 지표도 연일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 26일 블룸버그가 가중평균한 주요 원자재 현물 지수도 484.1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초 524달러 수준에서 7%가량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주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배경엔 중국 경기 둔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5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8로 집계됐다. 시장 전망치(51.4)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서비스업과 건설업 등의 경기를 보여주는 비제조업 PMI는 5월 54.5로 집계돼 전월(56.4)과 시장 예상치(55.0)를 밑돌았다. 예상보다 중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더뎌지자 원자재 가격이 계속 하락했다는 관측이다.
경기 둔화로 인해 이미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둔화)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들어 밀 선물 가격은 작년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했다. 주요 산업재 중 하나인 니켈은 올해 30% 내려앉았고, 아연은 20% 이상 하락했다.
카스텐 브르제스키 ING그룹 애널리스트는 "원자재 가격 하락세는 중국 경기 둔화, 미국의 경기침체, 유럽의 공급 축소 등을 반영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플레이션이 디스인플레이션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자재 가격 하락 폭에 비해 물가 상승세가 더디게 둔화할 거란 예측도 잇따른다. 가격이 하락하는 속도가 달라서 인플레이션이 종식됐다고 선언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골드만삭스는 "경기침체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지표가 나오게 되면 원자재 가격이 다시 폭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업들이 소비자 가격을 낮추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며 제조 원가는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한 번 올린 소매 가격을 다시 인하하는 경우는 드물다. 되레 물가가 다시 반등할 때까지 버틸 것이란 분석이다. 오히려 비용 상승 폭보다 가격을 더 올리는 '그리드(탐욕) 인플레이션' 탓에 물가상승률이 둔화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일었다.
톰 할베르슨 코뱅크 최고경영자(CEO)는 "디스인플레이션이 완전히 도래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가격은 항상 올리는 것보다 내리는 게 더 까다롭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제거하기 어려운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리, 밀, 천연가스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연일 하락하고 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천연가스 선물(7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MMBTU당 0.069달러(2.97%) 하락한 2.25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주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경기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구리 가격은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파운드(1파운드=0.45㎏)당 0.027달러(-0.74%) 하락한 3.63달러에 마감했다. 지난주 구리 가격은 t당 7910달러를 기록하며 올해 최고점인 9436달러에서 20%가량 급락한 바 있다. 재고량은 9만 7725t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치를 찍었다.
식품 가격 지표인 설탕 선물(7월물) 가격은 파운드당 0.25달러(1.07%) 하락한 25.06달러에 마감했다. 현물 지표도 연일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 26일 블룸버그가 가중평균한 주요 원자재 현물 지수도 484.1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초 524달러 수준에서 7%가량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주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배경엔 중국 경기 둔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5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8로 집계됐다. 시장 전망치(51.4)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서비스업과 건설업 등의 경기를 보여주는 비제조업 PMI는 5월 54.5로 집계돼 전월(56.4)과 시장 예상치(55.0)를 밑돌았다. 예상보다 중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더뎌지자 원자재 가격이 계속 하락했다는 관측이다.
경기 둔화로 인해 이미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둔화)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들어 밀 선물 가격은 작년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했다. 주요 산업재 중 하나인 니켈은 올해 30% 내려앉았고, 아연은 20% 이상 하락했다.
카스텐 브르제스키 ING그룹 애널리스트는 "원자재 가격 하락세는 중국 경기 둔화, 미국의 경기침체, 유럽의 공급 축소 등을 반영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플레이션이 디스인플레이션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자재 가격 하락 폭에 비해 물가 상승세가 더디게 둔화할 거란 예측도 잇따른다. 가격이 하락하는 속도가 달라서 인플레이션이 종식됐다고 선언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골드만삭스는 "경기침체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지표가 나오게 되면 원자재 가격이 다시 폭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업들이 소비자 가격을 낮추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며 제조 원가는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한 번 올린 소매 가격을 다시 인하하는 경우는 드물다. 되레 물가가 다시 반등할 때까지 버틸 것이란 분석이다. 오히려 비용 상승 폭보다 가격을 더 올리는 '그리드(탐욕) 인플레이션' 탓에 물가상승률이 둔화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일었다.
톰 할베르슨 코뱅크 최고경영자(CEO)는 "디스인플레이션이 완전히 도래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가격은 항상 올리는 것보다 내리는 게 더 까다롭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제거하기 어려운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