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의 타자기, 박정희의 드로잉…대통령들 유품 한자리에 [전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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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제18대 박근혜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11명의 삶을 고스란히 담은 소품과 자료들이 청와대 개방 1주년을 기념해 한자리에 모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일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 특별전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8월 28일까지 청와대 본관과 춘추관에서 열린다. 1948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한민국 최고 리더십의 무대였던 청와대는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시민에게 공개됐다. 본관 전시는 대한민국의 기틀을 세운 이승만 대통령의 '영문 타자기'로 시작한다. 독립운동 시절부터 그의 가방에 넣고 다니며 신생 국가의 대외 전략을 출력해낸 유품이다. 1953년 7월 한국전쟁 휴전 무렵 이승만은 직접 타자기를 두드리며 문서를 작성했다. 나이가 들어 타자 실력이 줄면서 '독수리 타법'으로 단어를 하나씩 입력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그린 '방울이 스케치'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는 늘 드로잉 수첩을 갖고 다녔다. 군인이 되기 전 초등학교 교사로 일한 그에게 서예, 그림, 음악은 익숙한 분야였다. 그는 경부고속도로 계획안을 직접 스케치하며 그림을 통해 국정 상황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곤 했다. 청와대에서 키운 반려견 방울이의 그림도 그중 하나다. 1979년 10·26 사태로 박정희는 세상을 달리했다. 방울이는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며, 본관 침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꼬리를 흔들고 달려가곤 했다. 전시엔 보존상의 이유로 복제품이 걸렸다. 김영삼 대통령의 '조깅화'는 그의 전광석화 같은 정치 스타일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매일 새벽 청와대 내 녹지원에서 조깅을 했다고 한다. 조깅은 단순한 운동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국정을 정리하고 정치적 결단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1993년 7월 금융실명제가 발표될 때 청와대 참모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고위 관료들도 눈치 채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 조짐이 있었다고. 평소보다 두 배가량 빨라진 대통령의 조깅 속도를 보고 참모들이 '오늘 무슨 일이 있을 것이다' 예감했다고 한다.
전시장 곳곳엔 역대 대통령들의 인생 스토리를 엿볼 수 있는 소품들이 배치됐다. 신군부에 체포될 당시 독서와 꽃 가꾸기로 옥고를 견딘 김대중 대통령의 삶은 그의 '원예 가위'에서 드러난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법 시험 준비 시절 누워서도 책을 볼 수 있게끔 개량한 '독서대'는 장애물에 부딪혀도 우회하지 않고 정면 승부를 선택했던 그의 리더십을 보여준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청와대가 국민 품속으로 돌아간 지 1주년을 기념한 만큼 국민들이 역대 대통령들한테 친근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의 공과 과실을 다루던 기존의 전시 방식을 벗어나, 스토리텔링을 통해 우리 대통령들을 접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문화체육관광부는 1일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 특별전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8월 28일까지 청와대 본관과 춘추관에서 열린다. 1948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한민국 최고 리더십의 무대였던 청와대는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시민에게 공개됐다. 본관 전시는 대한민국의 기틀을 세운 이승만 대통령의 '영문 타자기'로 시작한다. 독립운동 시절부터 그의 가방에 넣고 다니며 신생 국가의 대외 전략을 출력해낸 유품이다. 1953년 7월 한국전쟁 휴전 무렵 이승만은 직접 타자기를 두드리며 문서를 작성했다. 나이가 들어 타자 실력이 줄면서 '독수리 타법'으로 단어를 하나씩 입력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그린 '방울이 스케치'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는 늘 드로잉 수첩을 갖고 다녔다. 군인이 되기 전 초등학교 교사로 일한 그에게 서예, 그림, 음악은 익숙한 분야였다. 그는 경부고속도로 계획안을 직접 스케치하며 그림을 통해 국정 상황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곤 했다. 청와대에서 키운 반려견 방울이의 그림도 그중 하나다. 1979년 10·26 사태로 박정희는 세상을 달리했다. 방울이는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며, 본관 침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꼬리를 흔들고 달려가곤 했다. 전시엔 보존상의 이유로 복제품이 걸렸다. 김영삼 대통령의 '조깅화'는 그의 전광석화 같은 정치 스타일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매일 새벽 청와대 내 녹지원에서 조깅을 했다고 한다. 조깅은 단순한 운동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국정을 정리하고 정치적 결단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1993년 7월 금융실명제가 발표될 때 청와대 참모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고위 관료들도 눈치 채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 조짐이 있었다고. 평소보다 두 배가량 빨라진 대통령의 조깅 속도를 보고 참모들이 '오늘 무슨 일이 있을 것이다' 예감했다고 한다.
전시장 곳곳엔 역대 대통령들의 인생 스토리를 엿볼 수 있는 소품들이 배치됐다. 신군부에 체포될 당시 독서와 꽃 가꾸기로 옥고를 견딘 김대중 대통령의 삶은 그의 '원예 가위'에서 드러난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법 시험 준비 시절 누워서도 책을 볼 수 있게끔 개량한 '독서대'는 장애물에 부딪혀도 우회하지 않고 정면 승부를 선택했던 그의 리더십을 보여준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청와대가 국민 품속으로 돌아간 지 1주년을 기념한 만큼 국민들이 역대 대통령들한테 친근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의 공과 과실을 다루던 기존의 전시 방식을 벗어나, 스토리텔링을 통해 우리 대통령들을 접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