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포치료제 개발업체 프리시전바이오사이언스가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에 실패한 혈액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동종 CAR-T 치료제 임상에서 80%가 넘는 객관적반응률(ORR)과 6개월 이상의 지속 기간을 보였다.

프리시전바이오는 31일(현지 시간) 동종 CAR-T 치료제인 아제르셀(Azer-cel)의 임상 1·2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회사 측은 1차 평가지표였던 안전성을 만족한 것은 물론, CAR-T 치료에 실패한 환자를 대상으로 80%가 넘는 반응률과 61%의 완전관해(CR)를 보인 결과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임상에 참여한 전체 재발성 및 불응성 비호지킨 림프종 환자 61명을 대상으로 한 ORR과 CR은 CAR-T 치료제로서 상대적으로 ‘평범한’ 결과였다. ORR은 58%였으며, CR은 41%였다. 개발이 까다로운 동종 CAR-T 치료제로 범위를 제한하더라도 인상적인 결과는 아니다. 지난해 카리부바이오사이언스는 동종 CAR-T 치료제 ‘CB-010’의 임상 1상에서 ORR 100%, CR 80%라는 결과를 공개했다.

프리시전바이오는 환자군을 좁혀 승인을 노리고 있다. CAR-T 치료를 받은 후 재발한 환자 18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를 보면 ORR 83%, CR 61%를 보였다. CR을 보인 환자 중 55%는 6개월 이상 반응이 지속(DOR)됐다. 회사 관계자는 “CAR-T 치료제를 투약한 후 재발한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 수요가 큰 상황”이라며 “이번 중간 결과를 근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임상 2상 진행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항암 치료 현장에서 CAR-T 치료제는 사실상 ‘최후의 수단’으로 꼽힌다. 1~4차 치료가 모두 실패했을 때 적용할 수 있다. 대다수 환자들이 약에 잘 반응하고 완전관해율도 높다는 장점이 있는 대신, 환자별 맞춤형 치료제를 제조해야 하는 만큼 고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승인된 킴리아의 경우 약 5억원(급여가 적용되기 때문에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이보다 훨씬 적다)이다.

투약 후 CR에 도달한 환자들의 재발 비율이 40~60%에 이른다는 점이 CAR-T 치료제의 한계다. 프리시전바이오는 CAR-T 치료제를 투약한 경험이 있는 재발 환자를 대상으로 아제르셀을 우선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프리시전바이오의 전략은 업계에서 높게 평가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턱을 넘은 동종 CAR-T 치료제는 없다. FDA에서 승인된 6종의 자가 CAR-T 치료제보다 효능이 우수하거나 비열등성을 보인 동종 CAR-T가 없고, 반응지속기간이 짧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카리부의 CB-010 또한 6개월 후 대다수 환자들에서 암이 재발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잃었다.

프리시전바이오는 CAR-T 치료에 실패한 환자를 표적해 기존에 승인된 자가 CAR-T와의 경쟁을 피했다. 동시에 동종 CAR-T의 반응지속기간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임상적 근거를 쌓아가고 있다.

약점도 있다. FDA에서 승인받는다고 해도 기존 CAR-T 대비 후순위 치료제가 된다. 환자들의 접근성이 낮아, 시장성이 부족할 수 있다.

프리시전바이오는 후속 후보물질인 동종 CAR-T 치료제 ‘스텔스셀’로 재발 환자가 아닌 CAR-T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도 진행하고 있다. 임상 1상의 평가 가능한 환자 7명에서 71%의 ORR을 보였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6월 1일 15시 24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