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거인' 홍석원, 축제의 포문을 열었다[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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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향, 2023 교향악축제 개막공연
홍석원, 강렬한 에너지로 대곡 이끌어
아쉬운 앙상블 있었지만
에너지, 분위기로 관중 사로잡아
홍석원, 강렬한 에너지로 대곡 이끌어
아쉬운 앙상블 있었지만
에너지, 분위기로 관중 사로잡아
지난 1일 오후 7시 30분 광주시향이 2023교향악축제의 포문을 열었다.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4악장 후반부 총주(투티), 귀를 울리는 터질듯한 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60여 분의 장대한 드라마가 끝나자 관중석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관객들은 앞다퉈 자리에서 일어섰고, 연주자 대기실 출입구 앞에 늘어섰다. 퇴장하는 출연진을 보기 위해서였다. 인기 연예인의 사인회가 떠오를 정도의 열기였다.
지난 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광주시립교향악단 공연 얘기다. 광주시향은 '2023 교향악축제'의 포문을 연다는 의미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연주했다.
이날 공연에 대한 기대감은 꽉 들어찬 객석이 말해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뒤 맞이한 첫 교향악 축제인데다 인기 레퍼토리를 선정한 덕분이다. '임윤찬의 스승'으로 이름값이 더 높아진 피아니스트 손민수와 지난해 세계 최고 클래식 음반사인 도이치 그라모폰 레이블로 임윤찬과 협연 앨범을 낸 '홍석원 지휘자+광주시향'의 인기도 한몫했다.
2000여명이 지켜본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말러 1번의 앙상블은 다소 아쉬웠다. 1악장 도입부가 그랬다. 현악기끼리 선율을 주고 받는 부분과 관악기 간 선율이 오가는 부분에서 타이밍이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 소리가 들렸다. 이 탓인지, 관현악 총주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말러 교향곡 1번을 감상하는 주요 포인트 중 하나인 3악장 더블베이스 솔로 부분도 힘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피아니스트 손민수가 지난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광주시향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예술의전당
광주시향은 '강렬하면서도 털털한 음색'이 특징적이었다. 반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함께 연주한 손민수는 정반대 음색이었다. 손민수의 '소리'는 강렬함보다는 단정함, 청아함이 더 어울렸다. 그 소리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박수갈채는 몇 분간 지속됐다.
일부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크게 보면 광주시향은 영웅적이고 치기어린 젊은 말러를 잘 표현했다. 지휘자와 악단은 거인에 걸맞은 강렬한 에너지로 무대를 사로잡았다. 이날 관객의 반응이 뜨거웠던 이유다. 지휘자 홍석원. 사진=예술의전당
홍석원(41)은 이번 연주에서 다시 한번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말러 1번은 홍석원이 연주에 앞서 소개했듯이 장엄하고 격렬한 부분과 섬세하고 서정적인 분분이 번갈아 나오는 곡이다. 이런 극단적인 대조를 선율로 살려내기 위해 홍석원은 포디움에서 온몸으로 던졌다.
웅장한 파트가 나올 때는 어깨에 힘을 주고 거인처럼 커 보이는 몸짓으로 악단을 지휘했다. 리듬감을 놓쳐서는 안되는 부분에선 상하 좌우로 민첩하게 움직이면서 그 에너지를 악단을 넘어 객석에도 전달했다.
이날 연주를 들은 뒤 5년 전 홍석원이 한경아르떼필과 같은 곡을 연주했던 영상을 틀었다. 그 때와 비교해보니 1악장 템포가 조금 느려졌고, 덕분에 하모니가 살아났다. 홍석원은 그 속도로 60분에 달하는 '거인'을 완주했다. 매일 성장하는 또 한명의 큰 지휘자가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된 무대였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4악장 후반부 총주(투티), 귀를 울리는 터질듯한 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60여 분의 장대한 드라마가 끝나자 관중석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관객들은 앞다퉈 자리에서 일어섰고, 연주자 대기실 출입구 앞에 늘어섰다. 퇴장하는 출연진을 보기 위해서였다. 인기 연예인의 사인회가 떠오를 정도의 열기였다.
지난 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광주시립교향악단 공연 얘기다. 광주시향은 '2023 교향악축제'의 포문을 연다는 의미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연주했다.
이날 공연에 대한 기대감은 꽉 들어찬 객석이 말해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뒤 맞이한 첫 교향악 축제인데다 인기 레퍼토리를 선정한 덕분이다. '임윤찬의 스승'으로 이름값이 더 높아진 피아니스트 손민수와 지난해 세계 최고 클래식 음반사인 도이치 그라모폰 레이블로 임윤찬과 협연 앨범을 낸 '홍석원 지휘자+광주시향'의 인기도 한몫했다.
2000여명이 지켜본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말러 1번의 앙상블은 다소 아쉬웠다. 1악장 도입부가 그랬다. 현악기끼리 선율을 주고 받는 부분과 관악기 간 선율이 오가는 부분에서 타이밍이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 소리가 들렸다. 이 탓인지, 관현악 총주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말러 교향곡 1번을 감상하는 주요 포인트 중 하나인 3악장 더블베이스 솔로 부분도 힘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피아니스트 손민수가 지난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광주시향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예술의전당
광주시향은 '강렬하면서도 털털한 음색'이 특징적이었다. 반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함께 연주한 손민수는 정반대 음색이었다. 손민수의 '소리'는 강렬함보다는 단정함, 청아함이 더 어울렸다. 그 소리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박수갈채는 몇 분간 지속됐다.
일부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크게 보면 광주시향은 영웅적이고 치기어린 젊은 말러를 잘 표현했다. 지휘자와 악단은 거인에 걸맞은 강렬한 에너지로 무대를 사로잡았다. 이날 관객의 반응이 뜨거웠던 이유다. 지휘자 홍석원. 사진=예술의전당
홍석원(41)은 이번 연주에서 다시 한번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말러 1번은 홍석원이 연주에 앞서 소개했듯이 장엄하고 격렬한 부분과 섬세하고 서정적인 분분이 번갈아 나오는 곡이다. 이런 극단적인 대조를 선율로 살려내기 위해 홍석원은 포디움에서 온몸으로 던졌다.
웅장한 파트가 나올 때는 어깨에 힘을 주고 거인처럼 커 보이는 몸짓으로 악단을 지휘했다. 리듬감을 놓쳐서는 안되는 부분에선 상하 좌우로 민첩하게 움직이면서 그 에너지를 악단을 넘어 객석에도 전달했다.
이날 연주를 들은 뒤 5년 전 홍석원이 한경아르떼필과 같은 곡을 연주했던 영상을 틀었다. 그 때와 비교해보니 1악장 템포가 조금 느려졌고, 덕분에 하모니가 살아났다. 홍석원은 그 속도로 60분에 달하는 '거인'을 완주했다. 매일 성장하는 또 한명의 큰 지휘자가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된 무대였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