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뉴스1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뉴스1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달 본회의에서 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직 사임을 처리하고 장제원 의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명백하게 국회법을 위반했습니다. 이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검토 중입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회 행안위원장에 선출되기 전까지 과방위원장 자리를 내려놓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차기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정 의원은 지난달 30일 본회의를 앞두고 민주당 내 비이재명계(비명계) 의원들의 공격을 받았다. 민주당은 행안위원장을 비롯해 자당 몫 6개 상임위원장의 선임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김진표 의장, 적법한 이의제기 묵살"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였다. 이날 국회 본회의는 21대 국회 남은 임기를 맡을 7개 상임위 위원장을 선출할 예정이었다. 지난해 여야는 행안위원장과 과방위원장을 각각 1년씩 교대로 맡기로 하고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을 행안위원장에, 정 의원을 과방위원장에 선임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행안위원장에 정 의원, 교육위원장에 박홍근 전 원내대표, 복지위원장에 한정애 의원 등 6개 위원장 자리를 내정했다.

기정사실로 여겨지던 위원장 선출은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 직면했다. 기동민 의원과 허영 의원 등은 발언을 통해 “당 지도부나 장관을 지낸 분들이 상임위원장을 또 하면 결국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모습으로 보일 것”이라며 “훌륭한 재선이나 험지에서 고생하는 의원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로 정 의원과 박 원내대표, 한 의원의 위원장 인선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위원장 선임을 위해 과방위원장 사임 신청을 제출했던 정 의원은 의원총회 직후 철회 신청을 제출했다. 국회 의안과가 철회 신청서 접수를 거부하자, 정 의원은 본회의에서 본인의 과방위원장 사임의 건을 수리하는 순서에서 손을 들고 “사임 철회의 건을 다시 접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 의원은 “국회법 112조 3항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안건에 대한 이의 제기를 확인하고, 이의가 있을 때는 표결을 진행해야 하지만, 김 의장은 이 같은 절차를 무시했다”며 “오늘(2일) 국회사무처 의사국장을 면담하고, 면담 결과에 따라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행안위원장 선임을 반대한다면 과방위원장 자리를 내려놓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관례 어긋난다는 논리 급조...행안위원장 내정, 박광온 원내대표도 동의"

정 의원은 당내 반대가 국회의원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주장에 대한 반발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정 의원은 대의원제를 폐지하고 권리당원의 권한은 강화하자는 '당원파' 의원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는 득표율 1위로 수석 최고위원에 당선돼 '이재명 지도부'에 입성했다. 그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의 대상자들이 혁신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자신의 행안위원장 내정이 관례에 어긋난다는 주장은 그 과정에서 급조된 논리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정 의원은 “기회균등 차원에서 당직과 상임위원장을 겸직하면 안 된다는 관례는 임명직에 적용되는 것이지, 당원들이 뽑은 선출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최고위원 당선 이후 누구도 과방위원장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거나, 행안위원장을 하면 안된다는 의사 표현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박광온 원내대표 역시 자신의 행안위원장 임명에 찬성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원내대표와 통화를 해보니 과방위원장 1년을 하고 그만두는 것으로 알고 있어 당시 여야 합의 내용에 관해 설명했다”며 “박 원내대표도 다음날 만난 자리에서 “예 그러면 행안위원장 하세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청래 행안위원장 내정' 당원 청원, 답변 정족수 임박

정 의원은 행안위원장 자리에 대한 의지가 정치적 유불리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행안위는 법무부 경찰국 폐지 문제와 여당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격 대응, 경찰의 집회 폭력 진압 문제 등 각종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야당 행안위원장은 욕을 많이 먹을 자리고, 솔직히 1년도 안남은 총선을 생각하면 득이 될 자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그럼에도 행안위원장이 되려고 하는 것은 지금 자리를 포기하는 것이야말로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가장 바라는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국민응답센터 홈페이지 캡처
민주당 국민응답센터 홈페이지 캡처
민주당 당원들은 정 의원을 구제하기 위한 청원에 나섰다. 지난 29일 민주당 당원 청원 게시판인 ‘국민응답센터’에는 ‘정청래 의원의 행안위원장 내정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글이 게시됐다. 게시글은 “최고위원이나 장관을 맡은 사람이 상임위원장을 할 수 없다는 관례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이 같은 주장대로면 환노위원장을 맡은 전해철 의원도 지적을 받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은 게시 나흘만에 4만1831명의 당원이 동의했다. 5만명이 동의 의사를 밝히면 당은 공식적으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오늘 오후 국회에서 워크숍을 열고 자당몫 상임위원장 선임 기준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