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사진에 담배빵이라니"…도넘은 집회·시위 어쩌나
옥상점거·고공 농성·과한 내용의 현수막 내거는 등
피해 클 경우 가처분 신청
·집회금지 통고 요청 가능
최후 수단은 '형사고소' … 업무방해로 처벌될 가능성
"노조가 회장님 얼굴 사진을 현수막으로 만들어 눈 부분을 담뱃불로 지져서 내거는 일이 있었습니다. 비서실에서는 당장 조치하라고 난리인데, 함부로 철거했다가는 또 어떤 분쟁이 벌어질지 몰라 정말 난감하더군요."
한 대기업 관리부서 부장이 털어놓은 경험담이다. 고객과 직원, 노조의 피케팅이나 시위 등은 정당한 표현의 자유 행사, 혹은 쟁의행위의 수단이지만 선을 넘어 명예를 훼손하거나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에 회사 측이 물리적으로 대응하다가 자칫 기업의 갑질로 몰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회사 측에서 할 수 있는 적절한 대응은 뭐가 있을까.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을 가로막은 천막농성.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을 가로막은 천막농성.

①즉시 할 수 있는 수단은 '가처분 신청'

소유권, 평온한 시설 이용·관리권, 영업(업무)방해 금지 청구권, 명예훼손 금지 청구권 등을 피보전권리(보호 대상 권리)로 해서 농성·집회·시위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신청을 할 수 있다.

물론 집회·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 또한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이를 제약하는 가처분신청에 대해선 법원이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옥상 점거'나 '고공 농성', 과도한 내용의 현수막을 내거는 등 타인이 소유·관리하는 시설물에 대한 지나친 침해가 있다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 가처분신청이 인용되면 대개 위반 행위 하루당 얼마씩 배상하라는 '간접강제'가 함께 이뤄지기도 한다. 다만 가처분신청은 아무리 빨리 진행돼도 2개월은 걸린다. 심문기일도 최소 1회 열린다.

②집회 금지(제한) 통고 요청

집회 신고 장소가 다른 사람의 주거지역이나 이와 유사한 장소로서 집회나 시위로 재산 또는 시설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관할경찰서장은 집회나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을 통고할 수 있다.

주거지역이 아닌 백화점 옥상 점거에 대해선 활용이 어렵지만, 회사 경영자 집 앞에서 집회 시위를 벌이는 등의 경우라면 활용할 수 있다.

③옥외광고물법에 따라 도로에 설치된 현수막 철거 요청

현수막이 공중에 계속 노출된 옥외광고물에 해당한다면 신고가 필요하다. 다만 개인이 적법한 노동운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해 표시·설치할 때는 신고가 필요 없다.

그러나 관할 관청에 신고 없이 집회 등과 관련된 현수막을 게시했고, 최소한 2인 이상이 실제 집회 장소에 모여 활동하지 않는다면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제거 대상이 될 수 있다. 만약 옥상에 내건 현수막이 옥외광고물에 해당한다면, 1인이 시위를 하고 있어 행사 또는 집회에 사용되는 경우가 아니었으므로 옥외광고물법에 따른 철거나 조치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다만 관할 관청도 먼저 철거 명령 또는 조치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적극적으로 철거나 조치를 요청할 필요가 있고 옥외광고물법 위반으로 형사고소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④손해배상청구 및 가압류

가장 간접적인 구제 수단이긴 하지만, 받아들여지는 사례가 적어 권리구제의 실효성은 낮다.
다만 집회·시위 과정에서의 업무방해, 집회 구호 내용 또는 현수막 기재 내용의 명예훼손이 심각하다면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 특히 집회·시위로 수인 한도를 초과하는 소음이 발생했을 때도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는 확성기 등의 소음 기준을 정하고 있고 통상 현장 경찰관이 측정한다.

다만 손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고, 판결까지 1년 가까이 걸려 활용은 극히 제한적이다.

'가압류'를 병행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가압류 대상 재산을 파악해야 하고 근로자인 경우 법원에서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또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마찬가지로 손해 발생 사실의 특정 또한 어려운 문제다.

⑤형사고소는 최후 수단

업무방해, 주거침입, 명예훼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미신고 집회), 도로법 위반,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옥외광고물법) 위반 등으로 형사고소가 가능하다. 다만 판례는 집회나 시위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에서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작은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에 불과하다면,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본다(2009도840 판결).

이 때문에 형사고소를 한다고 해서 항상 형사처벌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다만 생산 시설이 아닌 회사 시설이나 옥상을 무단 점거하는 것은 업무방해로서 충분히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