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이, 더 꼿꼿해진 음악이 의미하는 것 [스타:라이트]
가수 비아이(B.I)가 정규 2집으로 돌아왔다. 물 흐르듯 힙합, 알앤비에 록까지 즐기다 보면 순식간에 앨범의 끝에 다다르게 된다. 감정의 오르내림이 흥미롭다. 다양한 장르를 자신만의 화법과 색채로 풀어내니 가히 치명적인 음악적 재능이다.

지난 1일 발매된 정규 2집 '투 다이 포(TO DIE FOR)'에는 비아이가 작사·작곡한 총 15곡이 수록됐다. 이 중 신곡은 더블 타이틀곡 '겁도없이', '다이 포 러브(Die for love)'를 포함해 총 9곡이다.

비아이 측은 이번 앨범을 한 편의 영화처럼 청춘의 여러 단면을 그려낸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꿈, 사랑, 젊음, 삶 등이 솔직하고 직설적인 청춘의 시선으로 표현됐다. 날카롭고 거친 랩을 쏟아내다가도 이내 경쾌하고 부드럽게, 혹은 감성적으로 노래하는 비아이의 변주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역시나 비아이가 '음악을 잘한다'는 평가에 이견을 보일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아티스트 비아이를 마음 놓고 응원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멈칫할 수 있다.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받은 뒤 음악 활동을 지속해온바 어찌 보면 이 머뭇거림은 당연하다. '인간 김한빈'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반성이 생략된 채 음악성만을 인정받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는 비아이 자신 또한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는 앨범 발매 직전 미디어 쇼케이스를 개최하고 취재진 앞에 섰다. 일반적으로 쇼케이스에서는 새로 발매하는 앨범, 음악에 대한 질문과 답이 오가지만 마약 혐의 4년 만에 취재진과 대면하는 비아이에게는 범죄 관련 질문이 쏟아질 것이 예상됐다. 공들여 만든 음악을 공개하기 전, 비아이는 '인간 김한빈'으로서 먼저 고개를 숙였다.

"4년 전 그날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많은 분께 상처를 줬다는 사실에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너무 많이 느꼈다", "단 하루도 마음이 편했던 적이 없다", "어린 나이에 잘못된 판단과 선택으로 많은 걸 잃었다", "생각이 짧다 못해 없었던 것 같다", "매일 같이 반성·자책·다짐을 하면서 지금까지 지냈고 앞으로도 그렇게 지낼 것 같다"

사과 또 사과, 자책 또 자책이 이어졌다. 마약과 관련해 공식적인 언급 없이 활발한 듯 조용히 활동해 온 그에게 비판이 거셌던 것도 사실이다. 자숙기간이 1년 내외로 짧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비아이는 '마음의 빚을 갚고자 했다'는 답을 내놨다.

"마음에 빚을 진 사람이 너무 많아요. 그 빚을 갚는다는 마음으로 활동 자체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사실 반성과 자숙이라는 게 시기가 정해져서 언제까지 하면 끝, 이런 게 아니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꽤 오랜 시간 마음에 무게를 짊어지고 반성하면서 끊임없이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도 물론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제 업이고 가장 잘하는 방법으로 마음의 빚 또한 갚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우려의 시선 또한 바꿀 수 있다면 바꾸고 싶지만, 그 또한 저의 평생의 숙제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음악으로 보답한다는 말이 용서로 귀결되는 건 아니다. 비아이 또한 "할 수만 있다면 뭐든 최선을 다해서 할 생각이다. 다가갈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라면서도 "모든 선택은 내가 아니라 대중, 팬들, 날 지켜봐 주시는 분들이 해주는 거고 난 그 선택에 따라 움직인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했다.

"다시 음악을 할까 말까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는 비아이였지만, 그의 음악성만큼은 한층 단단해져 있었다. 다소 거칠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랩, 섬세한 표현이 가미된 시적인 가사, 몸을 들썩이게 하는 힙합 비트, 해방감을 주는 록 스피릿까지 역량을 쏟아부었다. 비아이의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되는 결과물이었다. 이전보다 더 꼿꼿해진 음악들은 비아이의 현재와 미래를 대변하는 듯했다.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는 그 하나만 가지고 계속 음악을 만들고 좋은 결과물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음악적 색깔이 변화했다고 말하긴 어렵고 전 언제나 그렇듯 늘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걸 좋아해서 계속 새로운 장르와 이야기, 스타일, 콘셉트를 보여드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