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 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던 미국 연방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공식적으로 해소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공화당)이 담판 지은 미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합의안이 하원에 이어 1일(현지시간) 상원을 통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법안에 서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 상원은 이날 부채한도 합의안에 대해 표결한 결과 찬성 63표(통과 기준 60표), 반대 36표로 합의안을 가결했다. 민주당에서는 찬성(44명)이 반대(4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공화당은 반대(31명)가 찬성(17명)을 앞섰다. 부채한도 상향 대가로 큰 폭의 예산 삭감을 요구해온 공화당 우파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무소속은 찬성 2명, 반대 1명이었다. 민주당 내에서도 “너무 양보했다”며 비판이 나왔지만 다수 의원은 연방정부의 디폴트 위험을 무릅쓸 정도는 아니라는 목소리를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합의안 통과 직후 성명을 통해 “이번 초당적 합의는 미국 경제와 미국인들에게 큰 승리”라고 환영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2일 서명하면 법안은 곧장 발효된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일 부채한도 합의 관련 대국민 연설을 할 예정이다.

미국은 재무부가 밝힌 국가 디폴트 시한(6월 5일)을 나흘 앞두고 위기를 넘기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은 정부의 지출 삭감 여부를 놓고 힘겨룸하다 지난달 27일 전화 담판을 통해 잠정 합의에 이르렀다. 합의안은 전날 하원에 이어 하루 만에 상원까지 통과했다. 워싱턴 정가에서 보기 드물게 신속한 처리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미국의 디폴트 우려가 사라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미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오는 13∼14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연다. Fed는 작년 3월부터 10회 연속 인상을 통해 미국의 기준금리를 연 5.0~5.25%까지 올렸다. 시장에서는 6월 미국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노동 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경제 지표들이 발표되면서 추가 인상이 필요하단 의견도 나온다.

미국 디폴트 우려 해소로 아시아 증시는 2일 일제히 상승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21% 올랐고, 홍콩 항셍지수는 4.02% 급등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0.79% 상승했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합의안이 전날 하원을 통과했다는 소식에 뉴욕증시는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