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짜리 별점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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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박은아의 탐나는 책
<숲은 생각한다>
에두아르도 콘 지음
차은정 옮김
사월의책, 2018
(편집 박동수)
<숲은 생각한다>
에두아르도 콘 지음
차은정 옮김
사월의책, 2018
(편집 박동수)
책 살 때 남이 단 별점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만들 때는, 만들자마자 기다리기 시작해 등록되는 족족 챙겨 본다. 별점은 나를 뿌듯하게도 하고 거슬리게도 하고,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 하여간 신경쓰이는 제도다.
별점이 생산되는 온라인 서점은 꿈에 그리는 독자를 만날 수 있는 곳, 갖가지 이유로 달린 별들이 천지로 널린 곳이다. 별점들은 책을 말해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독자를 말해주기도 한다. 책을 읽을 때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디에 기대했다 어떤 식으로 실망하는지, 통속부터 첨단까지 세상 만물을 대상 삼는 책이라는 것의 주제와 어떤 식으로 관계 맺는 사람인지….
내가 받아본 최저 별점은 한동안 두 개를 유지했는데, 최근에 학술서를 하나 내고 한 개로 경신됐다. 이제 깰 최저점이 두 단계밖에 안 남았다. 반 개, 0개(그런 별점이 있다면). 낮은 별점의 이유는 대체로 어렵다는 것이다. “뭐지? 어렵다(…) 아쉽다”(★). 이번에 받은 한 개짜리 별점도 같은 이유였다. 물론 그 책엔 다섯 개짜리 별점도 많다. “굉장한 책입니다”(★★★★★) 등.
극명하게 갈리는 평가, 바로 이 간극에 전혀 다른 독자들이 교차하는 지점이 있다. 여기서 어떤 독자에겐 도전이 될 독서가 가능해진다. 책을 완벽하게 읽어주는 독자를 만나는 것만큼 반가운 일도 없지만, 도전을 받아서 아쉬워하고 불편해하는 독자를 만날 때 내가 만든 책의 역동성을 실감한다.
인문사회 책을 만들다 보면 ‘어렵다’는 말을 노상 듣는다. 하도 들어서 어렵다라는 단어가 어려워질 정도로. 하지만 그 말은 나로 하여금 독자가 변화를 시도했다는 심증을 품게도 한다. 살짝 실망감이 들고 반발심이 생기는 부분, 지금의 나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거기에 무슨 생각이 어떤 언어로 깃들어 있는지 이해해보려고 할 때 찾아드는 복잡한 감정. 무력감에 대한 복수심, 효능감에 대한 야심. 어떤 독자들은 이 복잡한 느낌을 ‘어렵다’라고 표현하는 듯하다. 나는 이 도발당한 사람들이 어려움이라는 걸 어떻게 다루어가는가에 관심이 있다. 그들을 만날 수 있는 책에도.
“경이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슨 소린지 일반인은 이해가 안 가네요 ... 실망”(★)
인류학계에서 발표 즉시 화제를 일으키며 단번에 저자에게 세계적 명성을 가져다준 <숲은 생각한다>는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읽고 극찬을 한 암중 명작이다. 나도 나오자마자 입을 벌리고 읽은 이 책 역시 별점이 갈릴 운명을 타고난 듯싶다. ‘나’라는 것의 경계와 우리 인간성의 확장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재설정하며 생각이라는 것을 열대림의 방식과 방향으로 끌고 나가는 이 책은 당연히 어떤 독자들에게 실망을 안길 것이다. 그 “사고의 도약”을 도나 해러웨이는 “내 꿈을 변화시켰다”고, 브뤼노 라투르는 “예술 작품”과 “경이”라고 표현했다. GettyImagesBank.
별점이 생산되는 온라인 서점은 꿈에 그리는 독자를 만날 수 있는 곳, 갖가지 이유로 달린 별들이 천지로 널린 곳이다. 별점들은 책을 말해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독자를 말해주기도 한다. 책을 읽을 때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디에 기대했다 어떤 식으로 실망하는지, 통속부터 첨단까지 세상 만물을 대상 삼는 책이라는 것의 주제와 어떤 식으로 관계 맺는 사람인지….
내가 받아본 최저 별점은 한동안 두 개를 유지했는데, 최근에 학술서를 하나 내고 한 개로 경신됐다. 이제 깰 최저점이 두 단계밖에 안 남았다. 반 개, 0개(그런 별점이 있다면). 낮은 별점의 이유는 대체로 어렵다는 것이다. “뭐지? 어렵다(…) 아쉽다”(★). 이번에 받은 한 개짜리 별점도 같은 이유였다. 물론 그 책엔 다섯 개짜리 별점도 많다. “굉장한 책입니다”(★★★★★) 등.
극명하게 갈리는 평가, 바로 이 간극에 전혀 다른 독자들이 교차하는 지점이 있다. 여기서 어떤 독자에겐 도전이 될 독서가 가능해진다. 책을 완벽하게 읽어주는 독자를 만나는 것만큼 반가운 일도 없지만, 도전을 받아서 아쉬워하고 불편해하는 독자를 만날 때 내가 만든 책의 역동성을 실감한다.
인문사회 책을 만들다 보면 ‘어렵다’는 말을 노상 듣는다. 하도 들어서 어렵다라는 단어가 어려워질 정도로. 하지만 그 말은 나로 하여금 독자가 변화를 시도했다는 심증을 품게도 한다. 살짝 실망감이 들고 반발심이 생기는 부분, 지금의 나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거기에 무슨 생각이 어떤 언어로 깃들어 있는지 이해해보려고 할 때 찾아드는 복잡한 감정. 무력감에 대한 복수심, 효능감에 대한 야심. 어떤 독자들은 이 복잡한 느낌을 ‘어렵다’라고 표현하는 듯하다. 나는 이 도발당한 사람들이 어려움이라는 걸 어떻게 다루어가는가에 관심이 있다. 그들을 만날 수 있는 책에도.
“경이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슨 소린지 일반인은 이해가 안 가네요 ... 실망”(★)
인류학계에서 발표 즉시 화제를 일으키며 단번에 저자에게 세계적 명성을 가져다준 <숲은 생각한다>는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읽고 극찬을 한 암중 명작이다. 나도 나오자마자 입을 벌리고 읽은 이 책 역시 별점이 갈릴 운명을 타고난 듯싶다. ‘나’라는 것의 경계와 우리 인간성의 확장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재설정하며 생각이라는 것을 열대림의 방식과 방향으로 끌고 나가는 이 책은 당연히 어떤 독자들에게 실망을 안길 것이다. 그 “사고의 도약”을 도나 해러웨이는 “내 꿈을 변화시켰다”고, 브뤼노 라투르는 “예술 작품”과 “경이”라고 표현했다. GettyImagesBank.
같은 이유로 다른 독자들에겐 이 책이 환상에 버금가는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것이다. ‘나란 인간…’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같은 고민을 뒤로하고 직접 별별 (비)인간으로 변신해보고, 인간-재규어 내지 재규어-인간이 되어 생각하며, 살면서 죽어보고 죽어서 살아본다는 가정을 실현해보기. 그것은 “죽음과 (인간적, 비인간적) 삶이, 유한성과 연속성이, 과거와 미래가, 현존과 부재가, 자연적인 것과 초자연적인 것이, 그리고 감지 가능한 특이성과 잡히지 않는 일반성이 접속되는 방식”(332쪽)을 주시함으로써 가능해진다.
숲에서 재규어를 만나면 그 눈을 똑바로 마주보라. 책은 첫 장면에서 주문한다. “그래야 재규어가 왔을 때 그 녀석을 마주볼 수 있어.”(11쪽) 재규어에게 시선을 돌려줌으로써 응시할 능력이 있는 존재란 걸 보여주고 먹잇감이 아닌 ‘너’가 되라는 것이다. 방점은 ‘너’에 있고, 이 말은 생사의 기로에서 살아 돌아올 요령을 일러주는 말이 아니라,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점지하는 말이다. “이 만남 속에서 우리 자신이 변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어쩌면 새로운 무언가, 새로운 부류의 ‘우리’가 될 수도 있다.”(12쪽) 어쩌면 책을 만났을 때도 같은 주문을 상기해볼 수 있을 것이다.
숲에서 재규어를 만나면 그 눈을 똑바로 마주보라. 책은 첫 장면에서 주문한다. “그래야 재규어가 왔을 때 그 녀석을 마주볼 수 있어.”(11쪽) 재규어에게 시선을 돌려줌으로써 응시할 능력이 있는 존재란 걸 보여주고 먹잇감이 아닌 ‘너’가 되라는 것이다. 방점은 ‘너’에 있고, 이 말은 생사의 기로에서 살아 돌아올 요령을 일러주는 말이 아니라,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점지하는 말이다. “이 만남 속에서 우리 자신이 변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어쩌면 새로운 무언가, 새로운 부류의 ‘우리’가 될 수도 있다.”(12쪽) 어쩌면 책을 만났을 때도 같은 주문을 상기해볼 수 있을 것이다.
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