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태전략 일환으로 새로운 3자 회의체 모색 잇달아
한미호·한미몽…활발해지는 '가치 공유국' 소다자 협의체
정부가 지난해 말 첫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한 이후 호주, 몽골 등 지역 내 국가들과 새로운 형태의 3자 등 '소다자' 협의를 잇달아 시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외교부는 지난 3월 서울에서 미국, 호주와 함께 처음으로 '한·미·호' 3자 국장급 지역전략 대화를 가진 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미국, 몽골과 제1차 '한·미·몽' 국장급 회의를 열었다.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와 최용준 외교부 동북아시아국장, 군테브수렌 뱜바수렌 몽골 외교부 정책기획국장이 참석한 한미몽 회의에서는 지역 및 국제정세와 함께 핵심광물, 개발협력, 기후변화 등 3국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3국은 회의 닷새 뒤인 지난 3일 공개한 '공동보도자료'에서 "한미몽 3국 회의를 정례적으로 순환 개최할 의향을 표명했다"며 정례 협의체 출범을 알렸다.

공동보도자료에는 3국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포함한 역내 발전에 대한 각국의 비전을 공유"했으며 "글로벌 광물 자원 공급망 내 몽골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 고위급 대화 등 다양한 급에서 논의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는 등의 내용도 담겼다.

공유하는 가치를 기반으로 3국이 함께 본격적인 협력을 모색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중 경쟁과 미·러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몽골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자리한 민주주의 국가로서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으며, 희토류 등 지하자원이 풍부해 공급망 관점에서도 중요하다는 평가다.

지난 3월 한미호 대화에서는 우정엽 외교부 외교전략기획관과 램버트 부차관보, 개리 코언 호주 외교통상부 북남아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3국의 인태 전략과 역내 주요 관심사 등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호주는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4자 협의체)와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3자 안보 파트너십)에 모두 참여하면서 최근 미국의 인태 지역 동맹 네트워크에서 중요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호주는 지역 내에서 한국과 전략적 이해 및 가치를 상당 부분 공유하는 대표적 유사 입장국으로 꼽힌다.

미국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한국이 장관급에서 외교·국방 '2+2' 회의를 운영하는 국가일 만큼 지역 전략을 논의할 여지가 많다.

당시 한미호 대화는 일단 일회성이었지만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도 적잖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참여하는 대표적인 소다자 메커니즘인 한미일 협력도 더욱 긴밀해지고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한미일 3국은 지난해 11월 프놈펜 정상회담 성명에서 각국의 인태 전략을 이행하는 데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으며, 3국 국장급 정책협의회 개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한국·일본·미국·캐나다의 4자 협력도 구체적으로 진전은 되지 않았지만 아이디어로 외교가에서 거론된 바 있다.

이들 소다자 협의체는 역내에서 민주주의 등 이른바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함께 모색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치 공유국들끼리 시너지를 내기 위한 연대가 활발해지는 최근 국제관계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소다자 활성화는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첫 인태 전략의 기본 접근법 중 하나다.

당시 정부는 "역내 소다자 협의체를 이슈별로 특색에 맞게 활성화함으로써, 인태 지역 내 협력의 동력을 강화하고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증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엔 이른바 '규칙 기반 국제질서' 증진에 공감하는 국가들이 중층적인 협력망을 쌓으며 보조를 맞춘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에 중국은 이런 움직임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연내 개최를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 등을 순조롭게 추진하면서 중국과도 협력 공간을 넓히는 것이 과제가 될 수 있다.

아울러 가치 공유국들과 소다자 확대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만큼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 역내 협의체를 꾸려나갈지에 대한 전략적 구상을 정교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