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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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투자자들이 중국 증시의 ‘대안’을 찾아 나섰다. 경기가 둔화하는 중국에서 빠져나간 자본이 한국 대만 등 인접국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경기 회복 속도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본토와 홍콩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다고 지난 2일 보도했다. 중국 관련 펀드에서는 2개월 연속 자금이 빠져나갔고, 투자금 규모도 2015년 이후 최소치로 줄었다. 예상보다 더딘 중국의 경기 회복 속도에 투자자들이 실망해서다. 중국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8로 2개월 연속 기준선인 50을 밑돌며 경기 위축 국면임을 나타냈다. 중국의 16~24세 청년 실업률은 20%에 육박했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미미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4.5%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홍콩 항셍지수는 4.2% 하락했다.
"中 경기 회복 더뎌"…日·인도 찾는 큰손들
중국에 인접한 다른 나라 증시의 성적은 좋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2일 2601.36으로 마감하며 1년 만에 2600선을 넘어섰다. 인도 대표 지수인 센섹스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일본 토픽스지수는 30여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대만 증시의 자취안지수는 올해 들어 18% 이상 상승했다.

중국에서 유출된 자금이 4개국 증시로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HSBC에 따르면 지난 5월 중순부터 7주 연속으로 외국인 투자금이 일본에 순유입됐다. 한국과 대만에도 각각 91억달러 이상의 외국인 투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올해 들어 중국 증시와 인접국 증시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뚜렷하다고 평가한다. 과거 중국 증시가 떨어지면 한국 대만 일본 증시가 동반 하락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반대로 움직이는 거래일이 많다는 뜻이다. 미·중 갈등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미국은 중국에 대해 첨단 반도체 수출 제재를 했고, 중국은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 제품의 수입을 막는 등 반도체 중심으로 제재를 주고받았다. 중국이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밀리면서 반도체 강국인 한국과 대만에 대한 투자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는 애플 등이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인도로 옮기려 하면서 기대를 받고 있다. 일본은 소재와 부품 등 중간재를 통해 3개국과 연관성이 높다는 평가다.

외국 자본이 중국을 빠져나와 인접국으로 유입되는 현상은 갈수록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경제 비관론이 확산돼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공산당의 규제 등으로 경제성장이 장기적으로 둔화할 것이란 설명이다.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변동성 확대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