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등에 업고 가능성에 베팅…배터리 '세계 최대' 타이틀 거머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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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 - 쩡위췬 CATL 회장
충동적이었던 창업, 6년 만에…
31세때 최연소 기술 책임자 발탁
눈여겨본 회사 CEO가 창업 제안
애플 공급사로 낙점돼 '승승장구'
고향서 '배터리 진검승부' 시작
車 배터리만 떼어내 2011년 분사
BMW 등 글로벌 파트너로 성장
好실적에 '시총 1조위안' 재돌파
타고난 승부사, 이번엔 테슬라와…
3년 만에 中 방문한 머스크 극진대접
미국내 합작 배터리 공장 설립 가능성
충동적이었던 창업, 6년 만에…
31세때 최연소 기술 책임자 발탁
눈여겨본 회사 CEO가 창업 제안
애플 공급사로 낙점돼 '승승장구'
고향서 '배터리 진검승부' 시작
車 배터리만 떼어내 2011년 분사
BMW 등 글로벌 파트너로 성장
好실적에 '시총 1조위안' 재돌파
타고난 승부사, 이번엔 테슬라와…
3년 만에 中 방문한 머스크 극진대접
미국내 합작 배터리 공장 설립 가능성
지난 5월 30일 저녁. 중국 베이징에 있는 회원 전용 연회장인 ‘화푸휘’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와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업체인 CATL(닝더스다이)을 이끄는 두 수장이 만나면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3년여 만에 중국을 방문한 첫날 쩡위췬 CATL 회장(사진)과 이곳에서 비공개 만찬을 함께했다. 쩡위췬은 머스크만을 위한 메뉴를 준비하고 극진히 대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만남이 테슬라와 CATL의 미국 내 배터리 공장 건설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쩡위췬은 중국에서 빅테크와 부동산 거물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더욱 주목받는 CEO로 떠오르고 있다. 그의 성격은 과거 사무실에 걸려 있었다는 ‘賭性堅强’(도성견강·승부사 기질이 사람을 강하게 한다)이라는 네 글자로 표현할 수 있다. 2021년 쩡위췬이 홍콩 최대 부호 자리(2005년 호적을 홍콩으로 바꿈)에 올랐을 때 중화권 매체들은 그를 “방향을 정해놓고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뛰어들어 관철하는 ‘베팅의 귀재’이자 ‘승부사’”라고 평가했다.
졸업 후 쩡위췬은 푸젠성 푸저우의 한 국영기업에 취직했다. 겨우 스무 살이었다. 그는 직장생활 3개월 만에 ‘철밥통’이라 불리는 직장을 내려놓고 광둥성 둥관시에 있는 한 외자기업에 엔지니어로 들어갔다. 일본 TDK의 홍콩 자회사인 SAE가 운영하는 공장이었다. 쩡위췬은 그곳에서 직속 상사 천탕화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31세에 중국인 출신 최연소 기술 총감 자리에 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시의 한 기업이 사장 자리를 제안했다. 쩡위췬이 고민하고 있을 때 회사 CEO인 량사오캉은 배터리 기업을 함께 창업하자고 말했다. 망설이는 그를 설득하기 위해 량사오캉은 그의 상사인 천탕화를 찾아갔고, 결국 세 사람은 1999년 신에너지과기유한회사(ATL)를 창업했다. 쩡위췬은 당시 결정을 “완전히 충동적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배터리 시장은 휴대폰의 성장과 함께 커지고 있었다. ATL은 홍콩에 회사를 등록하고, 둥관에 공장을 세웠다. 창업 초기엔 휴대폰 배터리 개발을 위해 미국 벨연구소의 기술 특허권을 사들였다. 하지만 그 특허로 만들어진 전지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 변형되는 단점이 있었다. 쩡위췬은 벨연구소를 직접 방문했지만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 창업 자금도 바닥나고 있었다. 그는 연구실에 틀어박혀 몇 주 동안 문제 해결에 매진했고, 마침내 ATL은 배터리 양산에 성공했다. 경쟁사보다 가격은 저렴하면서 성능은 더 좋았다. ATL은 빠르게 성장했고 2004년엔 애플 아이팟에 들어가는 배터리 물량을 따내면서 성공 궤도에 올랐다.
쩡위췬은 과거 애플의 물량을 따낸 실력으로 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공급사가 됐고, 중국 로컬 업체의 주문도 싹쓸이했다. 2015년엔 한국 배터리 기업을 제치고 파나소닉과 BYD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섰으며, 창업 6년 만인 2017년 세계 1위로 등극했다. 2018년엔 선전거래소에 상장했다.
CATL의 가장 큰 경쟁력은 혁신이다. 이 회사의 연구개발(R&D) 인력은 2020년 기준 5500명이 넘는다. 지난해 CATL의 R&D 비용은 전년보다 102% 증가한 155억위안(약 2조9000억원)에 달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R&D 비용을 합친 것보다 많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기차 판매의 위축이 예상됐을 때도 쩡위췬은 오히려 생산능력을 늘리는 결정을 내렸다. 전기차 시장이 회복되면서 CATL은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CATL은 올해 1분기 매출 890억위안(약 17조원), 순이익 98억위안(약 1조86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83%, 558% 급증했다. 1분기 실적이 발표된 후 CATL의 시가총액은 4월 말 1조위안(약 184조원)을 재돌파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쩡위췬의 재산은 3일(현지시간) 기준 336억달러로 전 세계 39위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쩡위췬은 중국에서 빅테크와 부동산 거물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더욱 주목받는 CEO로 떠오르고 있다. 그의 성격은 과거 사무실에 걸려 있었다는 ‘賭性堅强’(도성견강·승부사 기질이 사람을 강하게 한다)이라는 네 글자로 표현할 수 있다. 2021년 쩡위췬이 홍콩 최대 부호 자리(2005년 호적을 홍콩으로 바꿈)에 올랐을 때 중화권 매체들은 그를 “방향을 정해놓고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뛰어들어 관철하는 ‘베팅의 귀재’이자 ‘승부사’”라고 평가했다.
‘철밥통’ 걷어차고 외자기업 입사
쩡위췬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성(省)장을 지낸 푸젠성 출신의 ‘시골에서 난 용’이다. 1968년 푸젠성 닝더시의 한 농촌 가정에서 태어났다. 학창 시절 공부를 곧잘 했던 그는 17세가 되던 1985년 명문인 상하이교통대(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동문) 선박공정학과에 입학했다.졸업 후 쩡위췬은 푸젠성 푸저우의 한 국영기업에 취직했다. 겨우 스무 살이었다. 그는 직장생활 3개월 만에 ‘철밥통’이라 불리는 직장을 내려놓고 광둥성 둥관시에 있는 한 외자기업에 엔지니어로 들어갔다. 일본 TDK의 홍콩 자회사인 SAE가 운영하는 공장이었다. 쩡위췬은 그곳에서 직속 상사 천탕화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31세에 중국인 출신 최연소 기술 총감 자리에 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시의 한 기업이 사장 자리를 제안했다. 쩡위췬이 고민하고 있을 때 회사 CEO인 량사오캉은 배터리 기업을 함께 창업하자고 말했다. 망설이는 그를 설득하기 위해 량사오캉은 그의 상사인 천탕화를 찾아갔고, 결국 세 사람은 1999년 신에너지과기유한회사(ATL)를 창업했다. 쩡위췬은 당시 결정을 “완전히 충동적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배터리 시장은 휴대폰의 성장과 함께 커지고 있었다. ATL은 홍콩에 회사를 등록하고, 둥관에 공장을 세웠다. 창업 초기엔 휴대폰 배터리 개발을 위해 미국 벨연구소의 기술 특허권을 사들였다. 하지만 그 특허로 만들어진 전지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 변형되는 단점이 있었다. 쩡위췬은 벨연구소를 직접 방문했지만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 창업 자금도 바닥나고 있었다. 그는 연구실에 틀어박혀 몇 주 동안 문제 해결에 매진했고, 마침내 ATL은 배터리 양산에 성공했다. 경쟁사보다 가격은 저렴하면서 성능은 더 좋았다. ATL은 빠르게 성장했고 2004년엔 애플 아이팟에 들어가는 배터리 물량을 따내면서 성공 궤도에 올랐다.
자동차 배터리에 베팅
닝더 출신 기업가가 성공했다는 소문에 닝더시의 공무원은 줄곧 그를 찾아와 고향에 생산 기지를 지어달라고 설득했다. 쩡위췬은 닝더의 인프라가 부족해 제안을 거듭 거절하다가 승부사 기질을 다시 발휘했다. 2009년 중국 정부가 전기차 생산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 정책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그는 전기차 시대에 베팅하며 2011년 ATL의 동력 배터리 부문을 떼 닝더에 CATL을 세웠다.쩡위췬은 과거 애플의 물량을 따낸 실력으로 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공급사가 됐고, 중국 로컬 업체의 주문도 싹쓸이했다. 2015년엔 한국 배터리 기업을 제치고 파나소닉과 BYD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섰으며, 창업 6년 만인 2017년 세계 1위로 등극했다. 2018년엔 선전거래소에 상장했다.
CATL의 가장 큰 경쟁력은 혁신이다. 이 회사의 연구개발(R&D) 인력은 2020년 기준 5500명이 넘는다. 지난해 CATL의 R&D 비용은 전년보다 102% 증가한 155억위안(약 2조9000억원)에 달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R&D 비용을 합친 것보다 많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기차 판매의 위축이 예상됐을 때도 쩡위췬은 오히려 생산능력을 늘리는 결정을 내렸다. 전기차 시장이 회복되면서 CATL은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CATL은 올해 1분기 매출 890억위안(약 17조원), 순이익 98억위안(약 1조86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83%, 558% 급증했다. 1분기 실적이 발표된 후 CATL의 시가총액은 4월 말 1조위안(약 184조원)을 재돌파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쩡위췬의 재산은 3일(현지시간) 기준 336억달러로 전 세계 39위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