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친(親)시장 성향의 메흐메트 심셰크 전 부총리를 신임 재무장관에 지명했다. 수년째 지속된 불황에 물가까지 치솟은 가운데 대지진으로 경제 전망이 한층 악화하자 ‘비상식적’ 저금리 정책에 대한 고집을 꺾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취임과 동시에 심셰크를 비롯한 새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이날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그는 보건부와 문화관광부를 제외한 모든 중앙부처 장관을 교체하며 쇄신에 나섰다.

로이터에 따르면 심셰크는 이날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이·취임식에 참석해 “터키는 ‘합리적 근거’로 돌아가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며 “규칙에 기반하며 예측 가능한 튀르키예 경제가 번영을 달성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셰크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총리이던 때부터 그와 손발을 맞춰왔다. 재무장관(2009~2015년)을 거쳐 부총리(2015~2018년)직까지 올랐지만, 집권 2기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위인 베라트 알바라이크를 재무장관에 앉히는 등 대대적인 ‘측근 인사’를 단행하면서 실각했다. 심셰크의 사임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앙은행 총재를 네 차례나 갈아치우며 기준금리를 연 24%에서 연 8.5%까지 낮췄다. 그 결과 물가상승률은 85%까지 치솟았고, 외자가 급격히 유출되며 리라화 가치가 폭락했다.

심셰크의 복귀는 곧 튀르키예 경제정책의 정상화를 의미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통 경제학을 신봉하는 심셰크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고수해온 저금리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메릴린치와 UBS를 거쳐 튀르키예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수석경제학자로 일했다. 티머시 애시 블루베이자산운용 신흥시장 부문 전략가는 “벼랑 끝에 내몰린 튀르키예 경제에 회생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새 경제팀의 독립성이 얼마나 보장될지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엠레 페커 유라시아그룹 유럽 국장은 “심셰크는 임기 초 강력한 권한을 갖겠지만 내년 3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며 “경제 위기를 지연시킬 뿐 장기적 해결책이 되진 못하는 셈”이라고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부통령 자리에도 경제통인 세브데트 일마즈를 앉히며 인플레이션 해결 의지를 확고히 했다. 외무장관에는 13년째 국가정보청(MIT)을 이끌어온 최측근 하칸 피단을, 국방장관에는 야사르 귈레르 육군 대장을 임명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