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조은결 군 숨진 수원 스쿨존, 안전시설 강화에도 '불법 우회전'
검경 등 관계기관 "단속 카메라 확대·노란색 횡단보도 설치 추진"

"이렇게까지 해도 어길 사람은 또 어기더라고요.

밤이 되면 더 심해요.

"
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 행정복지센터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만난 인근 주민 최모(42) 씨는 횡단보도를 지나는 우회전 차량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르포] "은결이 사고 한달도 안됐는데…" 해당 스쿨존 신호위반 여전
이곳은 지난달 10일 초등학생 조은결(8) 군이 보행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우회전 전용 신호등의 정지 신호를 어기고 우회전하던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장소다.

사고 이후 이곳의 교통안전 시설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도로 우측 우회전 전용 신호등을 가리던 가로수는 완전히 뽑혀 나갔고, 곳곳에 걸려 시야를 방해하던 현수막들도 자취를 감췄다.

우회전 차선에는 바로 옆 직진 차선에서 갑작스럽게 진입할 수 없도록 교차로 수십m 전까지 차단봉이 촘촘히 세워졌고, 교차로 앞 일시 정지선도 횡단보도와 거리를 넓히기 위해 3m가량 뒤로 당겨졌다.

동시 신호식 횡단보도에는 '보행신호 음성 안내 보조장치'가 새로 설치돼, 횡단보도 앞 보행자의 움직임이 감지되면 파란불의 경우 '좌우를 살핀 뒤 건너가라'는 말이, 적색 불일 경우 '위험하니 차도로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 문구가 자동으로 나왔다.

횡단보도 신호 역시 우회전 정지 신호 2초 만에 파란불로 바뀌던 시스템에서 우회전 정지 신호 10초 이후에 보행자 신호가 바뀌도록 변경됐다.

신호등 옆 공사 가림막에는 '우회전 시 보행자 주의'라는 글귀가 적힌 대형 현수막까지 붙었다.
[르포] "은결이 사고 한달도 안됐는데…" 해당 스쿨존 신호위반 여전
그런데도 해당 구역 우회전 신호 위반은 심심찮게 일어났다.

물론 대다수의 운전자는 우회전 신호를 준수하며 횡단보도 구간을 서행으로 통과했으나, 일부 운전자들은 황색 신호에 속도를 높여 빠른 속도로 횡단보도를 통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신호등을 무시한 채 적색 신호에 우회전하는 차량도 있었다.

다만 우회전 신호 변경 후 보행자 신호 변경까지 10초의 유예 시간을 둔 덕에 보행자들이 길을 건널 때 우회전하는 차량은 눈에 띄지 않았다.

반면 우회전 신호등이 없는 반대쪽 교차로의 경우는 보행자 신호가 켜져 있을 때도 우회전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이에 검찰과 경찰, 지자체는 단속 카메라를 확대 설치하고 스쿨존 내 노란색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방안과 함께 버스회사 운전기사를 상대로 한 안전운전 교육 등도 강화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등교 등 혼잡시간에 교차로 교통지도를 강화하고 운전자들을 상대로 한 신호 준수 캠페인 등도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원지검 형사3부(김성원 부장검사)는 조군을 치어 숨지게 한 버스 기사 A(55) 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 보호구역 치사) 혐의로 이날 구속기소 했다.
[르포] "은결이 사고 한달도 안됐는데…" 해당 스쿨존 신호위반 여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