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서 사용 중인 종이 빨대./사진=뉴스1
스타벅스에서 사용 중인 종이 빨대./사진=뉴스1
"저희 매장엔 일회용 빨대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플라스틱 대신 종이 빨대를 이용해 주세요."


최근 '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이 같은 문구를 내건 카페나 음식점들이 늘어났다.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플라스틱 빨대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대부분 종이 빨대로 대체하거나 컵 뚜껑을 개조해 플라스틱 빨대를 사실상 퇴출시켰다.

하지만 음료에 젖으면 쉽게 눅눅해져 종이 빨대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나왔다. 이에 겉면에 폴리에틸렌(PE) 등 합성수지를 코팅해 '쉽게 젖지 않는 종이 빨대'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재활용이 어려워 친환경을 강조한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눅눅해지는 종이 빨대, 해결책은 플라스틱 코팅?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 환경의 날인 5일 유통가에 따르면 최근 업계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거나 분리배출을 용이하게 하는 등 친환경 프로젝트 강화에 힘쓰고 있다.

종이 빨대가 대표적이다.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를 비롯한 대다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플라스틱 대체품으로 종이 빨대를 사용하고 있다.

옥수수·유리·스테인리스·실리콘 빨대 등이 친환경 제품으로 꼽히지만 종이 빨대 가격이 개중 저렴한 편이다. 실제로 환경부가 공개한 '재질별 빨대 생산 단가'에 따르면 플라스틱 빨대는 개당 10~15원, 종이는 35~45원, 쌀은 55~70원, 대나무는 100~200원 순이다.

문제는 종이 빨대를 폐기할 때 재활용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 환경부는 2019년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72.9% 적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연구 과정에서 '제품 생산' 과정까지만 포함돼 '폐기 과정'에 대한 평가가 빠졌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합성수지로 코팅한 종이 빨대는 일반 쓰레기로 분류돼 재활용이 어렵고 코팅 물질이 비분해 플라스틱인 경우 해양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방출할 수도 있다. 코팅이 안 된 종이 빨대도 음료로 눅눅해진 경우가 많아 일반 쓰레기로 분류되는 건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왜? '친환경' 들어가면 잘 팔리니까

사진=GS25 제공
사진=GS25 제공
실질적 친환경성에 대한 물음표가 따라붙지만 기업들이 친환경 마케팅을 하는 이유가 있다.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면서 기업의 친환경 행보 자체로 매출에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24일 정부가 전국 모든 카페, 음식점 등 식품접객업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전면 금지한 이후 종이 빨대 도입 속도도 빨라졌다.

올 2월 농심은 카프리썬 음료의 기존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로 대체했다. 편의점 GS25는 지난해 11월부터 빨대가 필요 없는 얼음 컵을 개발한 데 이어 올해 4월부터는 플라스틱 소모품용 빨대 주문을 전면 중단하고 종이 빨대만 사용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매출 증가에 긍정적 효과를 보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8∼11월 G마켓, 옥션 등 온라인 쇼핑몰과 함께 녹색제품 기획 판매전을 한 결과 총 6억3000만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20~30대 응답자 중 절반가량(56%)은 '가격이 다소 비싸도 친환경 제품이나 사회적 책임을 다한 기업의 제품이라면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업계에서는 친환경 제품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도 있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종이 빨대를 장시간 사용하면 흐물거려서 불편하다는 목소리에도 정책상 어쩔 수 없이 종이 빨대를 매장에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