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옴시티 자금 급했나…사우디 '나홀로 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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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생산량 100만배럴 줄여
유가 인상 없인 예산 확보 어려워
배럴당 81달러대로 '방어' 나서
OPEC+ 회원국은 동참 안 해
러, 경제 제재 탓 원유 대량생산
감산 합의 반대해 긴장감 고조
유가 인상 없인 예산 확보 어려워
배럴당 81달러대로 '방어' 나서
OPEC+ 회원국은 동참 안 해
러, 경제 제재 탓 원유 대량생산
감산 합의 반대해 긴장감 고조
사우디아라비아의 갑작스러운 원유 감산 발표는 단기적으로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러시아가 꾸준히 대규모 원유를 비교적 낮은 가격에 공급하고 있어서다. 미국이 사우디 감산 소식에 지난해처럼 강한 어조로 비판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갈등이 이로써 더 격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사우디는 네옴 프로젝트 핵심인 친환경 신도시 ‘더라인’ 건설을 위해 돈이 필요한데 유가 인상 없이는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감산 주도
세계 하루 원유 생산량은 약 8900만 배럴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이 가운데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사우디는 OPEC+ 내 최대 원유 생산국이며,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12%를 차지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해부터 OPEC+에서 감산 흐름을 주도해왔다. OPEC+ 회원국은 지난해 10월 하루 200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다. 또 올 4월에는 일부 회원국이 하루 116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인 추가 감산을 깜짝 발표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현재 사우디 하루 원유 생산량은 약 1000만 배럴로, 7월부터 감산에 들어가면 900만 배럴 수준으로 줄어든다.사우디가 이처럼 연이은 감산을 결정한 것은 자국 내 사정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우디는 더라인 건설과 홍해 프로젝트 등 대규모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위한 예산을 확보하려면 유가를 배럴당 81달러 이상으로 방어해야 한다.
이번 회의에서 사우디가 감산 부담을 혼자 떠안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애초엔 사우디 주도로 산유국이 하루 100만 배럴 추가 감산 부담을 나누는 안이 논의됐지만 다른 산유국의 반발로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OPEC+ 회의는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의견 충돌이 많은 회의 중 하나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러시아 원유가 상승 폭 제한할 듯
사우디의 감산 소식에 국제 유가가 치솟았다. 8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사우디의 감산 발표 후 아시아 거래에서 장중 한때 전장 대비 3.4% 오른 배럴당 78.73달러를 찍었다가 한국시간 오후 4시 기준 배럴당 77.6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장중 한때 전장 대비 4.6% 오른 배럴당 75.06달러까지 찍었다가 역시 상승 폭을 줄이며 같은 시간 73.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WSJ에 따르면 월가 전문가들은 유가가 다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가 계속해서 값싼 원유를 시장에 대량 공급하고 있어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4월 러시아의 원유 및 정유 제품 수출량은 하루 830만 배럴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우디의 원유 감산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과거만큼 공격적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작년 10월 OPEC+가 원유 생산량을 하루 200만 배럴씩 줄이겠다고 발표했을 때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즉각 “근시안적인 감산 결정에 실망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반면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는 “우리는 배럴이 아니라 미국 내 소비자 가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유가는 지난해부터 크게 내려온 상태”라고 언급했다.
반면 사우디와 러시아의 관계에선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WSJ는 지난달 27일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와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사우디의 감산 합의에 동참하지 않으면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원유 생산을 줄이기 힘들다.
박신영/신정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