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소설집 낸 이서수 작가 “수많은 ‘근희들’에게 ‘많관부’” [책마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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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근희의 행진
이서수 지음
은행나무
344쪽│1만5000원
이서수 지음
은행나무
344쪽│1만5000원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월세를 내는 것도 급급한 청년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수년째 일자리를 찾는 ‘구직 N수’ 젊은이들….
고달픈 현실을 살아가는 20·30대의 삶을 자전적 소설로 그려낸 작가가 있다. 최근 소설집 <젊은 근희의 행진>을 펴낸 이서수(39·사진) 작가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고용 불안과 주거 불안 문제 등을 10편의 작품에 담아냈다. 201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처음 내놓은 소설집이다.
9년 만에 비로소 책 한 권을 냈는데도 이 작가는 다행이라고 했다. “첫 책이 너무 늦게 나왔지만, 이제라도 책을 낼 수 있는 게 기적 같아요.” 기적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글쓰기에 전념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만만치 않았다. 그는 택배 기사, 각색 작가, 카페 운영 등으로 수년간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작가로서의 활동이 빛을 본 것은 최근 3년이었다. 이번 소설집의 표제 작품 <젊은 근희의 행진>은 올해 1월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받았다. 젊은작가상은 등단 10년 차 이내 작가들의 신간 7편을 선정해 주는 상이다. 2020년 <당신의 4분 33초>로는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이듬해에는 <미조의 시대>로 이효석문학상도 거머쥐었다.
평단의 호평은 자기 경험을 글로 옮긴 것들에 쏟아졌다. 소설집의 인물들 속에는 주거와 고용 문제에 시름했던 작가 본인의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됐다. 반지하를 전전하는 모녀의 이야기 <미조의 시대>는 실제로 자기 어머니와 집을 보러 다니던 일을 떠올리며 썼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반지하와 옥탑방, 고시원을 거친 경험이 자양분이 됐다. 그는 “마지막 원고라 생각하고 제가 느낀 바를 후회 없이 솔직하게 그렸다”고 설명했다.
소설 <젊은 근희의 행진>은 등단 10년 차를 앞두고 그려낸 요즘 젊은이의 모습이다. 이야기는 나와 여동생 ‘근희’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나는 ‘걸레들이나 입는 옷’을 입고 유튜브를 촬영하는 근희를 심하게 꾸짖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근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모르는 사람한테 사기를 당한다. 여러모로 근희는 기존 사회적 통념과는 거리가 먼 골칫덩이였다.
유튜브와 소설 미디어 등 최신의 의사 소통 기술이 난무하는 시대를 담았지만, 등장인물들을 화해시킨 건 꾹꾹 눌러 쓴 손편지 한 장이었다. 근희가 보낸 편지엔 ‘나는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는 시대에 나도 같이 유명해지고 싶었던 것뿐이야’ ‘내 몸도 아름다워. 언니는 왜 우리의 몸을 핍박의 대상으로만 봐?’라는 속마음이 담겨 있었다. 나는 주변의 손가락질에 맞서 자기만의 길을 가는 여동생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이 작가는 “아날로그적 장치들은 추억을 돌아보며 숨을 돌리게 해준다”며 “사람들 사이의 유대감은 사소한 것들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소설은 작가가 남동생과 의견 차이로 대립했던 실화에서 착안했다. 남동생은 실제 유튜브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엔 ‘착실하게 월급 받고 집 살 생각을 해야지’라며 혀를 찼는데, 결국 ‘요즘 시대’를 당당하게 걸어가는 동생을 받아들이고 응원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변화들이 무조건 나쁘다곤 생각하지 않는다”며 “배척하기보단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저는 현실과 밀착한 글을 쓰는 사람인 것 같아요. 솔직한 글을 쓸 때 편안함을 느끼고, 제가 가장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 자신이 청년 시절 느낀 어려움을 담은 이 소설집은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근희’들의 행진을 응원하며 막을 내린다.
“나의 동생 많관부(나의 동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고달픈 현실을 살아가는 20·30대의 삶을 자전적 소설로 그려낸 작가가 있다. 최근 소설집 <젊은 근희의 행진>을 펴낸 이서수(39·사진) 작가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고용 불안과 주거 불안 문제 등을 10편의 작품에 담아냈다. 201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처음 내놓은 소설집이다.
9년 만에 비로소 책 한 권을 냈는데도 이 작가는 다행이라고 했다. “첫 책이 너무 늦게 나왔지만, 이제라도 책을 낼 수 있는 게 기적 같아요.” 기적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글쓰기에 전념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만만치 않았다. 그는 택배 기사, 각색 작가, 카페 운영 등으로 수년간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작가로서의 활동이 빛을 본 것은 최근 3년이었다. 이번 소설집의 표제 작품 <젊은 근희의 행진>은 올해 1월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받았다. 젊은작가상은 등단 10년 차 이내 작가들의 신간 7편을 선정해 주는 상이다. 2020년 <당신의 4분 33초>로는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이듬해에는 <미조의 시대>로 이효석문학상도 거머쥐었다.
평단의 호평은 자기 경험을 글로 옮긴 것들에 쏟아졌다. 소설집의 인물들 속에는 주거와 고용 문제에 시름했던 작가 본인의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됐다. 반지하를 전전하는 모녀의 이야기 <미조의 시대>는 실제로 자기 어머니와 집을 보러 다니던 일을 떠올리며 썼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반지하와 옥탑방, 고시원을 거친 경험이 자양분이 됐다. 그는 “마지막 원고라 생각하고 제가 느낀 바를 후회 없이 솔직하게 그렸다”고 설명했다.
소설 <젊은 근희의 행진>은 등단 10년 차를 앞두고 그려낸 요즘 젊은이의 모습이다. 이야기는 나와 여동생 ‘근희’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나는 ‘걸레들이나 입는 옷’을 입고 유튜브를 촬영하는 근희를 심하게 꾸짖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근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모르는 사람한테 사기를 당한다. 여러모로 근희는 기존 사회적 통념과는 거리가 먼 골칫덩이였다.
유튜브와 소설 미디어 등 최신의 의사 소통 기술이 난무하는 시대를 담았지만, 등장인물들을 화해시킨 건 꾹꾹 눌러 쓴 손편지 한 장이었다. 근희가 보낸 편지엔 ‘나는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는 시대에 나도 같이 유명해지고 싶었던 것뿐이야’ ‘내 몸도 아름다워. 언니는 왜 우리의 몸을 핍박의 대상으로만 봐?’라는 속마음이 담겨 있었다. 나는 주변의 손가락질에 맞서 자기만의 길을 가는 여동생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이 작가는 “아날로그적 장치들은 추억을 돌아보며 숨을 돌리게 해준다”며 “사람들 사이의 유대감은 사소한 것들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소설은 작가가 남동생과 의견 차이로 대립했던 실화에서 착안했다. 남동생은 실제 유튜브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엔 ‘착실하게 월급 받고 집 살 생각을 해야지’라며 혀를 찼는데, 결국 ‘요즘 시대’를 당당하게 걸어가는 동생을 받아들이고 응원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변화들이 무조건 나쁘다곤 생각하지 않는다”며 “배척하기보단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저는 현실과 밀착한 글을 쓰는 사람인 것 같아요. 솔직한 글을 쓸 때 편안함을 느끼고, 제가 가장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 자신이 청년 시절 느낀 어려움을 담은 이 소설집은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근희’들의 행진을 응원하며 막을 내린다.
“나의 동생 많관부(나의 동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