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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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정부세종청사를 비롯한 전국 13개 정부청사에선 ‘온수’가 일제히 뚝 끊겼다.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시행된 조치다.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는 “공공기관이 모범을 보이는 차원에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공무원들 사이에선 “온수까지 통제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청사관리본부는 지난 5월부터 청사 세면대에서 나오는 온수 공급을 일제히 중단했다. 기온과 상관없이 통상 5월이 되면 온수를 막는다. 온수가 다시 나오는 시기는 날씨가 추워지는 10~11월께다. 그 때까지 온수를 사용할 수 없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입주한 최신 건물인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도 온수를 쓸 수 없다. 다만 청사 어린이집, 샤워실, 식당 등 일부 시설은 365일 온수가 공급된다.

이 같은 가이드라인이 도입된 건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부터다. 당시 ‘녹색성장’을 구호로 내건 이명박 정부는 “공공기관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여름철 온수 공급을 중단했다. 정부 부처가 밀집한 세종청사뿐 아니라 서울, 과천, 대전청사 등에서도 같은 방침이 적용된다. 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세종청사는 지역난방으로 온수를 공급받고 있는데 에너지 절감을 위해 기온이 오르는 5월부터 온수 사용에 제한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10년 넘게 이어진 조치지만 공무원들의 불만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세종에 있는 한 부처의 온라인 익명 게시판엔 지난달부터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요즘엔 공중 화장실에서도 온수가 나온다” “여름철에 온수를 콸콸 쓸 사람도 없는데 완전히 막아버리는 건 너무한 것 같다”는 반응이다. “손이 시렵고 양치할 때 이가 시렵다”, “온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공무원들의 이런 애로사항을 청사관리본부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이용하는 데 약간의 불편함이 있겠지만 정부청사는 편의시설이나 숙박시설이 아닌 업무시설”이라며 “관리본부 쪽에서 불편함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온수를 계속 공급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는다”면서 “한여름에 온수를 공급하는 것은 공무원들에게 더 혜택을 주는 것 아니냐는 민원도 있다”고 토로했다. 일부 공무원이 ‘이가 시리다’는 불만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선 “정상적인 치아라면 찬물로 인해 이가 시리진 않는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은 여름철 사무실 온도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온수 중단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절약을 위해 냉방설비 가동에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청사관리본부에 따르면 정부청사 냉방설비는 실내온도가 28도 이상인 사무실이 절반을 넘을 때 가동된다. 이 때도 공공기관 에너지 이용의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라 평균 28도 이상으로 실내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다만 단서조항으로 비전기식(지열, 도시가스 등) 냉·난방설비가 60% 이상 설치된 경우 평균 실내온도 기준을 2도 범위 내에서 완화해 적용할 수 있다. 이들 설비는 에너지 효율이 좋기 때문에 기준선을 26도로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청사에선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지 않은 요즘 같은 시기에 비교적 차가운 오전 시간대의 외부 공기를 활용해 건물 내부 온도를 낮추기도 한다. 관리본부 관계자는 “매년 2%씩 에너지 절감 강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 조치를 찾아내야 한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