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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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가구 직장인 A씨는 야식으로 편의점에 봉지라면을 사러 갔다가 당황했다. 좋아하는 짬뽕라면 한 봉지 가격이 1900원으로 예상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A씨는 "한 봉지만 구입하려 했는데 비싼 느낌이 들어 가격이 더 싼 자체브랜드(PB) 라면 번들(묶음)상품으로 구입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경제 위기 때마다 서민의 끼니를 책임진 라면 가격이 1년 사이 10% 넘게 뛰었다. 지난달 라면의 물가 상승률은 13%를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24.04로 지난해 5월보다 13.1%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진 2009년 2월(14.3%) 이후 14년 3개월 만에 가장 컸다.
서울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장을 보러온 시민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장을 보러온 시민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라면 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2021년 4분기 부터 상승세를 그렸다. 특히 지난해 9월 3.5%에서 10월 11.7%로 오르며 단숨에 10%를 넘어선 후 8개월 연속 10%를 웃돌고 있다. 가격 상승세가 나타난 2021년부터 최근 2년 사이 상승폭은 24.1%에 달한다.

이같은 라면 물가 상승은 제품 가격 상승이 반영된 여파다. 국내 1위 라면기업 농심은 원가 상승분 등을 고려해 지난해 9월 라면 26종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했다. 이후 다음달 팔도, 오뚜기 역시 라면 평균 가격을 각각 9.8%, 11% 올렸다. 삼양식품은 같은해 11월 13개 브랜드 라면 가격을 평균 9.7% 상향 조정해 주요 라면기업 4사가 모두 가격을 인상했다.

라면뿐 아니라 가공식품, 외식 물가도 전방위적으로 상승했다. 일례로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 연속 둔화하면서 1년 반 만에 3%대 초반까지 떨어졌지만 외식물가의 경우 6.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먹거리 지표인 가공식품과 외식 부문의 세부 품목 112개 중 3분의 1가량(27.7%)인 31개는 상승률이 10%를 상회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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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35.5%), 드레싱(31.8%), 맛살(22.1%), 치즈(21.9%) 등이 20% 넘게 뛰었고, 어묵(19.7%), 파스타면(19.6%), 초콜릿(18.1%) 등 가공식품 가격도 고공행진했다. 피자(12.2%), 두유(12.1%), 커피(12.0%), 빵(11.5%) 등도 10% 넘게 올랐다. 햄버거(10.3%), 김밥(10.1%) 등 외식메뉴 가격도 두드러지게 올랐다.

전문가들은 높은 물가 탓에 올해 1분기 가계의 실질소득이 제자리걸음한 만큼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대형마트 등에서 소비자의 구매 위축 추세가 포착됐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4월 각 채널별 구매단가 상승률은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각각 0.6%, 1%에 그쳤고 백화점의 경우 -0.3%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 여파를 고려하면 구매단가 상승이 일반적이만, 소비 자체를 줄이는 현상이 나타난 결과란 분석이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물가,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극단적으로 지출을 줄이는 소비 형태가 이어지고 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수준이 아니라 습관처럼 실천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고, 매일 소비하는 식음료를 중심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