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셀인메이' 빗나가자 '서머랠리' 기대감…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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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디폴트 우려 해소됐지만…불확실성 여전
“삼성전자·하이닉스 상승여력 남아 있어”
반도체 이어 IT·기계장비도 ‘꿈틀’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달여 전 제기됐던 ‘셀인메이(Sell in May·5월엔 팔아라)’ 우려가 무색하게 지난달 상승세를 탄 코스피지수가 2600선에 안착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강세가 나타나자 이번엔 ‘서머랠리(Summer Rally·여름 강세장)’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는 미국 연방정부 디폴트(파산) 우려 해소, 은행권 유동성 위기의 영향력 축소 등 불확실성이 완화됐다. 하지만 유동성이 증시를 부양해줄 가능성을 기대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대신 기업 실적 전망의 반등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코스피 합산 실적 전망을 짓눌러 지수 수준이 고평가 영역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던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점쳐졌다. 이에 더해 2차전지와 반도체에 이어 증시를 주도할 후보군들도 꿈틀대는 중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코스피는 2615.41에 거래를 마쳤다. 직전 거래일에 작년 6월9일 이후 1년여만에 2600선을 돌파했고, 이튿날에 추가로 상승하면서 안착한 모습이다.

증권가의 전망치도 높아지고 있다. 하반기 코스피지수의 예상 밴드를 가장 보수적으로 제시했던 삼성증권이 지난 5월 밴드 상단을 기존 2600에서 2750으로 상향했다. 앞서 DB금융투자는 3000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외 증권사들도 하반기 코스피지수의 상단을 2700~2900으로 제시했다.

금리 불확실성 여전…“Fed 피벗 기대 후퇴, 증시에 나쁘지 않아”

셀인메이를 우려하던 때와 비교해 거시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우선 미 연방정부의 디폴트 우려는 해소됐지만, 바닥난 재정을 다시 채우기 위한 국채 발행 증가는 시중 금리를 밀어 올릴 가능성이 크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 재무부의 가용 현금은 485억달러에 불과하다”며 “재무부의 가용 현금 평균이 6700억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채 발행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초에 고조됐던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도 약해졌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직후만 해도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됐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후 경제지표가 생각보다 양호하게 나온 영향이다. 이후 공개된 5월 FOMC 의사록을 통해 Fed 위원들 사이에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여부를 놓고 의견이 갈렸던 게 확인됐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강한 고용과 소비가 이어진 데 따른 인플레이션 하방 경직 우려는 Fed의 피벗(정책 전환) 경로 재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재 시장은 차기 Fed 부의장으로 지명된 필립 제퍼슨 이사와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내놓은 ‘기준금리 인상을 건너뛴다(skip)’는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오는 14~15일(현지시간) 열리는 6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의 동결 가능성이 높지만, 향후 한 차례 정도 더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피벗에 대한 기대감이 후퇴한 게 증시에 나쁘지 않다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하반기 코스피지수 예상치를 상향한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망을 바꾼 배경이 “시장과 Fed 사이의 장래 정책금리 경로를 둘러싼 극단적 괴리가 5월 중순부터 빠르게 축소됐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미국 실물 경기 경착륙과 은행 리스크의 추가 확산을 이유로 연내 3회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던 채권시장의 시각은 연내 1회 미만의 인하로 크게 달라졌다”고 전했다. 앞서서도 경기침체가 전제인 Fed의 피벗 가능성이 주가 상승 기대로 이어지는 상황이 모순됐다는 지적이 금융투자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반도체 업황 회복 가속화”…바통 이어받을 주도주 후보는?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도 서머랠리 기대가 부푼 배경은 기업 실적 전망의 상향이다. 지난달 중순부터 코스피지수가 가파르게 반등한 배경도 반도체 업황 회복을 기대한 외국인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집중 매수였다.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5일까지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4조1493억원)보다 삼성전자(2조5257억원)와 SK하이닉스(1조6875억원) 주식을 사들인 금액이 더 크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52주 신고가를 다시 쓴 뒤 소폭 조정을 받았다. 하지만 반도체기업들의 주가가 더 오른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금융시장 환경은 2019년과 유사할 전망”이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당시 기록했던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과 비교해 각각 19.4%, 17.1% 괴리돼 있다. 회복 여력이 남았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펀드매니저는 “내년 여름 이후엔 메모리반도체 쇼티지(공급부족) 우려로 인해 캐파 증설(생산능력 확대)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까지 전망했다.

반도체에 이어 주도주로 부상할 후보군도 꿈틀대고 있다.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6일까지 5% 이상 오른 KRX 업종지수는 반도체(14.42%), 정보기술(11.81%), 기계장비(10.48%), 건설(7.76%), 에너지화학(6.89%) 등이다.

자동차 전장 부품 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등한 LG전자가 정보기술 업종지수를 끌어 올린 것으로 보인다. 실적 호황기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가 커진 조선주, 국산 무기 수출 호조 기대감에 오른 방위산업주, 미국 인프라 투자와 중국 부동산 부양 정책에 따른 수혜가 가시화된 건설장비주는 기계장비 업종에 포함돼 있다.

김용구 연구원은 하반기 유망한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중대형·퀄리티 성장주 우위”를 꼽으며 “자동차, IT하드웨어, IT가전, 화학(2차전지), 조선, 바이오, 엔터가 관련 맥락에 부합하는 하반기 전략 대안”이라고 말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