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철 기자
임대철 기자
“제조와 금융, 유통, 물류 업종 전통 기업들이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시작했습니다.”

강진모 아이티센그룹 회장(사진)은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데이터와 디지털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오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디지털전환(DX)을 돕는 기업 입장에선 큰 장이 선 셈”이라며 “2~3년 후면 ‘디지털 플랫폼 전환’이 별도의 산업군으로 분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

강 회장이 이끄는 아이티센그룹은 DX 서비스 전문 기업이다. 2005년 IBM 솔루션을 판매하는 회사로 출발해 SI(기업이 요청하는 IT 환경을 구축해주는 업무) 업체로 성장했다. 아이티센, 쌍용정보통신, 한국금거래소, 시큐센 등이 주요 계열사로 꼽힌다. 2021년 기준 연결 기준 매출은 3조2809억원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대기업들의 정보기술(IT) 투자가 줄어든 지난해에도 2조6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강 회장은 “2021년 매출 3조원을 돌파하는 등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했다”며 “빅데이터 플랫폼이나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혁신을 시도하는 기업이 많아져 ‘일감’이 끊이지 않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표 규제사업인 금융 분야에서도 STO(토큰증권발행)처럼 디지털 자산화 또는 디지털 자산 플랫폼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진모 아이티센 회장 "귀금속 등 전통자산도 디지털로 거래하는 시대 왔다"
아이티센그룹은 760억원을 들여 인수한 금거래소를 디지털거래소로 탈바꿈시키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실물 귀금속과 교환이 가능한 상품교환권을 소수점 단위로 매매할 수 있는 간편 투자 서비스 ‘센골드’를 2020년 선보이면서 오프라인 중심의 거래 관행을 바꿨다. 금거래소 매출은 디지털 전환 후 1조2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강 회장은 “제품을 물리적으로 옮겨야 하는 기존 금 거래 시장의 낙후된 시스템을 뜯어고치자 새로운 고객들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크립토뱅크 사업 도전

최근엔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해 ‘STO 플랫폼’을 만드는 ‘담보형 토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STO는 실물·금융자산을 잘게 쪼개 토큰 형태로 발행하는 증권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STO 발행과 유통을 허용하기로 결정하고 법제화를 진행 중이다. 아이티센은 하나증권과 함께 올해 하반기 STO 플랫폼과 토큰 형태 디지털 자산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강 회장은 “서랍장에 잠들어 있던 귀금속을 디지털 자산화해 거래하는 플랫폼을 내놓을 것”이라며 “그룹 미래 사업 아이템 중 하나인 ‘크립토뱅크’(가상자산 전문은행)로 가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아이티센그룹은 지난해 INF컨설팅을 설립했다. 기업이 추진하는 디지털 혁신을 도와주는 회사다. 강 회장은 “산업별로 제각각인 디지털 플랫폼 혁신 전략을 디자인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INF컨설팅을 만들면서 DX 전문기업의 퍼즐들이 맞춰졌다”며 “2025년까지 B2B(기업 간 거래) ICT(정보통신기술) 기업 최초로 국내 100대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경미디어그룹과 INF컨설팅은 8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한경·INF컨설팅 산업플랫폼 혁신포럼’을 개최한다. 전우종 SK증권 대표, 송재준 컴투스 사장, 노준형 롯데정보통신 대표가 기조연설에 나선다. 강 회장은 “주요 기업 경영진과 전문가들이 디지털 전환의 방향과 전략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