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전선 곳곳에 점령지 탈환 위한 우크라 공세 속도
원전 냉각수원 댐 파괴…"즉각적 핵안전 위험은 없다"
우크라 대반격 속 안전 직결될 기반시설 파괴에 경악
우크라, 동부전선 반격 지속…러, 대형댐 파괴 '맞불 정황'
우크라이나가 침략군을 몰아내기 위한 이른바 '대반격 작전'의 일부로 보이는 공세를 지속했다.

그 사이 우크라이나 남부에서는 러시아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댐 파괴 사태가 불거져 민간 피해 우려가 커졌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도네츠크 동남부 지역을 겨냥한 동시다발적 공격을 이어갔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4일부터 러시아 점령지와 맞닿은 동부전선 곳곳에서 산발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도 도네츠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또 다른 대규모 공격을 저지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는 '대반격 작전'을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않은 채 일부 지역에서 공세적 행동으로 전환했다고 인정했다.

특히 오랜 격전지로 최근 러시아군에 대부분을 빼앗긴 동부 바흐무트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5일 텔레그램을 통해 "군이 동부전선에서 공격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바흐무트뿐 아니라 우크라이나군의 공세가 여러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오늘은 우리 군대에 성공적인 날"이라고 자평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야간 화상 연설에서 "군이 우리가 기다리던 소식을 전했다"며 "모든 전사에게 감사하다"고 격려했다.

영토 탈환을 위한 우크라이나군 작전의 서막이 올랐다는 평가 속에 우크라이나 남부에서는 대형 댐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남부군 사령부는 이날 헤르손주 노바 카호우카의 카호우카 댐이 이날 러시아군에 의해 폭파됐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 상에선 섬광과 폭발에 이어 댐이 터지는 장면이 담긴 감시 카메라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1956년 건설된 높이 30m, 길이 3.2㎞의 대형시설인 카호우카 댐이 파괴되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니아 대통령은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내무부는 주변 10개 마을에 대피령을 내렸다.
우크라, 동부전선 반격 지속…러, 대형댐 파괴 '맞불 정황'
더 큰 문제는 이 댐 인근에 단일 원전으로는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이 있다는 점이다.

작년 3월부터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자포리자 원전은 카호우카 댐에 저장된 물을 냉각수로 활용해 왔는데, 댐이 터져 수위가 내려가면 냉각수 보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 올해 2월 카호우카 댐의 수위가 지나치게 내려갔을 때는 자포리자 원전에서 핵연료봉 다발이 과열돼 녹아내리는 멜트다운(노심용융)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기업 에네르고아톰은 성명을 내고 "자포리자 원전 안전 시스템과 터빈 응축기에 공급할 (카호우카 댐) 물의 수위가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면서 이는 "자포리자 원전에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충분히 냉각수를 채워놓았기에 아직은 '제어 가능한' 범위라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함께 상황을 계속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IAEA도 트위터를 통해 자포리자 원전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면서 '즉각적인 핵 안전 위험'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작년 9월 원자로 6기 모두가 '냉온정지'(cold shutdown) 상태로 전환돼 가동이 중단됐지만, 폐연료봉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수조 등에는 여전히 냉각수 공급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댐이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우크라이나의 이른바 '대반격 작전'을 앞두고 벌어졌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우크라, 동부전선 반격 지속…러, 대형댐 파괴 '맞불 정황'
그런 시점에서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과 직결된 시설이 파괴된 건 우연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2014년 강제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육상통로의 일부인 자포리자주 일대를 우크라이나군이 공격할 경우 자포리자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누가 쐈는지 모를 포탄 등에 핵물질 적재시설이 파손되면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암시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미 자포리자 원전에선 지난 1년여간 원전 시설과 주변에 대한 포격이 끊이지 않으면서 핵사고 위기가 고조돼 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을 우크라이나의 공세를 막는 '인질'로 삼은 채 위장공격으로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원전을 되찾을 목적으로 끊임없이 원전 시설과 주변 지역을 공격하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한다고 말해 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