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깜짝 감산 발표에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국제 유가가 소폭 하락했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7월물) 가격은 전장보다 0.41달러(0.57%) 하락한 배럴당 71.45달러에 거래를 마쳐 4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7월물)도 0.42달러(0.6%) 하락한 76.2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감산 넘어서는 경기 둔화…국제 유가 소폭 하락 [오늘의 유가]
지난 주말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100만배럴의 추가 감산에 나서기로 했지만 감산 여파가 사그라든 모습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원유공식 판매 가격(OSP)도 인상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세계 경제 성장세가 장기간 둔화할 거란 우려로 인해 유가가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세계은행(WB)은 이날 올해 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전망치인 1.7%보다 상향한 2.1%로 제시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난해 기록한 3.1%보다 낮은 수준이다.

세계은행은 선진국 성장률은 작년 2.6%에서 올해 0.7%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올해 5.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지난 1월 발표한 4.3%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당초 예상한 5.0%에서 4.6%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은행은 "올해 하반기부터 세계 경제 성장세가 크게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 인상의 여파로 인해 신용 경색이 나타나서 2024년에도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 경제지표도 악화하는 모습이다. 이날 유럽연합(EU) 통계 당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 4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소매 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독일의 4월 공장 주문 건수도 전월 대비 0.4% 감소했고, 일본의 4월 가계 지출은 전년 대비 4.4% 줄었다.

시티그룹은 투자자 서한을 통해 "유가 하락은 OPEC에 속하지 않은 산유국의 증산과 더불어 중국 경제 성장세 둔화가 맞물린 현상으로 보인다"며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선을 넘기기 어렵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 내부 균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감산에 합의한 러시아가 선적지를 위장해 수출을 지속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가 세계 유조선 추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러시아의 원유 수출량은 전월 대비 5만 배럴 증가한 373만배럴을 기록했다. 대부분 인도와 중국으로 유입됐다.

매트 거트켄 BCA 리서치수석 전략가는 "사우디가 국내 안정을 이유로 유가를 계속 올리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세계 원유 수요가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선진국의 통화 긴축으로 인해 예상보다 유가가 낮게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