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이는 없다
우리는 아마도 우리의 거의 모든 아이를 ‘금쪽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여기서 금쪽이는 금쪽처럼 귀하고 예쁜 아이를 일컫는 말이 아니다. 원래 뜻은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모 TV 예능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은 이후 금쪽이는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를 뜻하게 되었다.

대체로 아이를 둘러싼 환경이 아이를 그렇게 만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TV에 주로 비치는 아이의 모습은 지극히 자극적이다. 물건을 집어 던지고 소리를 지른다. 욕을 내뱉고 폭력을 쓴다. 뒤에 덧붙는 솔루션과는 상관없이, TV 화면을 쳐다보는 어른들은 생각한다. ‘아이구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구제불능인 아이들이 참 많군. 예전 같으면 버릇을 확실히 잡았을 텐데, 요즘 세상에는 금쪽이가 참 많아!’

<100교시 그림책 수업>은 위와 같은 인식으로는 금쪽이가 득시글거릴 게 분명해보이는 초등학교 현장에서 평교사로 20년을 일한 ‘씨앗샘’의 담백한 산문집이다. 어쩌면 교사로서의 수기일지 모르지만, 그보다는 그림책을 경유한 채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일지도 모른다. 100교시의 그림책 수업이 이뤄지는 동안 숱한 아이들이 교실에서 성장했다. 나쁜 의미의 금쪽이가 있었던가?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림책이 존재하는 교실에서 아이의 문제는 구경거리가 되지 않는다. 끌끌 혀를 차거나 내 아이가 아니라 다행이라 여기는 어른은 없다. 적어도 씨앗샘의 교실에서 아이들은 존중받는다. 존중은 사랑의 가장 강력한 증거이기도 하다. 100교시가 이어지는 동안, 이 교실의 곳곳을 지켜보는 일이 즐겁고 설레는 건 바로 그 존중과 사랑 덕일 터였다.

책은 정갈한 수업이 그렇듯이, ‘함께 읽으며’와 ‘이렇게도 해보았어요’라는 이름의 단원 정리가 모든 꼭지를 마무리한다. ‘함께 읽으며’는 같이 읽은 그림책의 간단한 서지사항이다. 단순하게는 책에 등장한 그림책의 모음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귀히 빛나는 그림책 목록이라 생각하면 따로 정리해둘 만하다. ‘이렇게도 해보았어요’는 구체적인 교육법의 간략한 기록이다. 간략한 기록이라 하여 간략하게 읽을 수가 없는 것이, 아이들을 보살피고 교육하는 데 있어 유효하고 주요한 과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쉽게 금쪽이라 부르며 내몰지 않고, 나 안에 품는 동시에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존중한다. 어른의 세계에 아이를 끼워맞춰 과하게 보호하거나, 어른만으로 구축된 세계에서 아이를 내쫓기는 데 바쁜 지금, 씨앗샘의 태도는 모두에게 100교시 이상 배울 필요가 있다. 100교시라니… 이거 너무 심하지 않냐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 100교시는 그림책과 함께하는 시간이고, 그림책은 우리의 시간을 아름답고 즐겁게 흐르도록 한다. 혼자만의 방을 갖게 하고, 그 방과 방을 이어주기도 한다. <100교시 그림책 수업>이 그 방을 아이에게 마련해주는 것은 물론, 당신의 방을 만드는 데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