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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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대국을 통해 인류는 새로운 시대를 목격했습니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을 압도하는 모습은 경외감을 불러일으켰고, 바둑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도 충격을 선사했습니다.

사실 AI는 알파고 이전에도 존재했습니다. 1997년 IBM이 체스 AI '디퍼 블루'를 내놨습니다. 디퍼블루는 당시 체스 세계 챔피언인 게리 카스파로프를 이겼고, 디퍼블루는 시간제한이 있는 정식 체스 토너먼트에서 세계 챔피언이자 인간을 꺾은 최초의 컴퓨터가 됐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중앙처리장치(CPU)와 램(RAM)의 성능이 충분치 않아 패러다임의 변화는 생각보다 미미했습니다. 인프라와 패러다임의 변화는 꾸준하게 이뤄졌지만, 지금과 같은 혁신적인 모습과 파괴적인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알파고 등장 후 AI 관련 기업 공룡기업으로 성장해"

하지만 알파고의 등장 후 엄청난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래픽처리장치(GPU)가 CPU 시대와는 다른 세상을 열었고, 소프트웨어적으로는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AI가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학습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AI가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분석하게 되며 각 국가와 기업들은 통신, 데이터센터와 같은 인프라를 빠른 속도로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포털 사이트와 SNS뿐 아니라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영상업체도 더 빠르고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게 됐습니다. 대중은 정보를 빠르게 받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

투자자들은 미래에 대한 상상과 기대감으로 관련 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시장에는 관련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등장했습니다. AI와 연관된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며 높은 시장 가치를 부여받았지만, 결국 실적을 보여주지 못한 기업들은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반면 실적으로 증명해낸 기업들은 B.A.T(바이두·텐센트·알리바바) 또는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공룡기업으로 성장했고, 시가총액 1조달러(약 1300조원) 시대를 열었습니다.

"엔비디아 시대 수혜주는 엔비디아"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독점 생산하는 TSMC, TSMC의 미세화 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ASML,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시대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지난번 5세대(G) 관련 통신기업들이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것처럼 6G가 대두되며 데이터센터 등과 같은 인프라 기업들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간 경제적 해자(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에 있거나 진입장벽을 갖춘 것)를 가진 글로벌 1등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낙수효과에 기대 간접적인 수혜를 입는 기업보다 1등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더 좋은 성과로 이어졌음을 떠올릴 때입니다.

엔비디아 시대의 최대 수혜기업은 단연코 엔비디아입니다. 엔비디아와 AMD의 공동전선은 이제 생성형 AI 분야에서 독주를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은 AI 슈퍼컴퓨팅 서비스인 DGX 클라우드를 비롯해 다양한 AI 생태계를 장악해 나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주가가 역사적 고점을 넘어 더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입니다.

현재와 미래 모두 숫자로 증명하는 기업을 장기보유 할 때, 성공적인 투자로 이어졌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차진혁 NH WM마스터즈 전문위원(NH투자증권 PremierBlue)

'NH WM마스터즈'는 농협금융지주와 각 계열사에서 선발된 자산관리 관련 최정예 전문가 집단으로, 리서치에 기반한 투자전략과 자산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