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종교다문화비서관 인터뷰…"재외동포·이민정책 통합돼야"
한국다문화센터 창립 15주년…"이민점수제 적극 도입 필요"
김성회 "이주민은 온정 대상 아냐…한국서 성공할 기회 줘야"
한국다문화센터의 김성회(58) 대표는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통령실 초대 종교다문화비서관으로 임명됐다.

그러나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언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확산하고 논란이 커지면서 임명 7일 만에 자진해서 사퇴했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 상황에서 적극적인 이민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그는 한국다문화센터 창립 15주년을 맞아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 대표는 "이주민은 온정을 베풀어줘야 할 존재가 아니다.

성공적인 삶을 살 기회를 줘야 한다"며 "재외동포정책과 이민정책에 이러한 국가의 기본 철학이 담겨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김성회 "이주민은 온정 대상 아냐…한국서 성공할 기회 줘야"
-- 종교다문화비서관직에서 사퇴한 지 1년이 됐는데 근황은.
▲ 2008년 한국다문화센터를 설립해 15년간 다문화 관련 교육과 문화 사업을 해왔다.

논란 이후 센터 활동이 크게 위축돼 국내 최초 다문화 어린이 합창단인 '레인보우합창단' 운영에만 집중하고 있다.

10여개 국가 출신 다문화가정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단원 20여명이 매주 한 차례 꾸준히 연습한다.

단원은 수시로 모집하고 있다.

-- 외국인·다문화 관련 정책에 여전히 관심을 두고 있나.

▲ 그렇다.

국민통합위원회 산하 '이주배경주민과의 동행 특별위원회'나 이민정책연구원 등에서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지만, 산발적인 측면이 있다.

이민정책 및 재외동포정책에 대한 현장의 입장을 정부나 여당에 틈틈이 전달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따로 전문가 태스크포스(TF)나 특별위원회 등을 구성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 어떤 방식으로 입장을 전달하는 건가.

▲ 다문화 관련 단체나 이민정책 전문가들과의 논의 자리에서 아이디어가 나오면 정리해서 업무 담당자에게 건의하는 형태다.

재외동포청과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이 일단 별개의 기구로 만들어져도, 통합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방향성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모여 목소리를 내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 재외동포청과 이민청 간 소통이 제대로 될까.

▲ 재외동포청과 이민청은 결국 합쳐져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무총리나 장관이 위원장이 되는 위원회를 두고 산하에 '재외동포·이민처'를 만드는 것이다.

여러 부처에 흩어진 기능을 통합하고 정책 조정을 하는 인사혁신처가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

세부 기능이 필요하면 처 아래에 분과를 두면 된다.

정부 부처 외청으로 있으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 이민정책 또는 재외동포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 국가의 기본 철학이 담겨 있느냐다.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 유관 부처들은 개별적인 역할이나 정책 집행에만 힘을 썼다.

그간 재외동포 문제와 이민 문제를 포괄적으로 어떤 관점에서 다뤄야 할지 기본 방향이나 철학이 제대로 설정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문화 및 이주민 관련 시민단체들도 마찬가지다.

김성회 "이주민은 온정 대상 아냐…한국서 성공할 기회 줘야"
-- 기본 철학에는 무엇이 담겨 있어야 하나.

▲ 이주민이나 이주노동자를 대하면서 은연중에 우리보다 한 단계 낮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온정을 베풀어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지 말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불쌍하기 때문에 잘 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온정과 시혜 측면에서 접근하면 안 된다.

온정주의 속에서 차별의식이 싹트고 각종 시혜적 복지 정책이 나오면서 이주민을 편견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15년간 다문화·이주민 관련 시민단체에서 일하면서 얻은 결론이다.

-- 이주민에게 어떻게 기회를 줄 수 있나.

▲ 재외동포정책이든 이민정책이든 국가 발전에 도움이 돼야 한다.

국익 차원에서 각종 자격기준(스펙)을 꼼꼼하게 평가해 이주민을 받아들이면 된다.

이민 희망자의 언어 능력과 기술, 자격증, 자금 능력 등을 계량화하는 이민점수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광범위하게 활용해야 한다.

재외동포라고 봐주고, 이주민이라고 차별할 이유가 없다.

점수가 높으면 영주권을 주고, 귀화도 허용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사회통합 비용도 줄어든다.

-- 외국인 취업과 유학 관련 제도는 어떤가.

▲ 고용허가제(E-9)는 3D 업종 등에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업장 이동이나 가족 초청 제한 등으로 인권 문제를 가져왔고, 많은 불법체류자를 양산했다.

능력에 따른 업종별 취업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

숙련된 외국인노동자를 근로기간이 끝났다고 무조건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대신 한국 정착 기회를 줘야 한다.

영주권과 가족 초청권 등이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외국인 유학생 제도는 고등학생 이하도 조기 유학이 가능하게 하고, 능력 있는 외국인들은 대학 등 졸업 이후 한국에서 취업이나 창업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

-- 이민정책 확대로 인한 외국인 증가를 우려하는 시선도 여전한데.
▲ 이민정책의 큰 틀은 이민자 유입에 따른 국경 관리, 정착에 따른 사회통합, 같은 국민으로서의 기회 제공 등 세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나머지 단계는 정리가 안 돼 있는데 사회통합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그럴수록 내국인들은 외국인들을 삐딱하게 바라보게 된다.

이주민 문제는 실무적으로 풀어서는 안 되고 철학적으로 승부해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왜 이민정책이 필요한지 등에 관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 이민청 소관 부서인 법무부도 고민이 많을 것 같은데
▲ 법무부 장관이 이민청 이슈를 품 안에서만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대통령실에서 컨트롤해서 종합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

관련 부처가 이미 시행 중인 정책도 많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있는 부분만 보완하면 된다.

올해 안에는 이민청의 밑그림이 구체화해서 나와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