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경기방어株' 무색하네…바닥기는 소비재 ETF, 볕들 날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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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2.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가 6.3% 감소하는 등 ‘보복 소비’가 수그러든 모습이다. 31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2.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가 6.3% 감소하는 등 ‘보복 소비’가 수그러든 모습이다. 31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음식료, 화장품 등 소비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의 연초 대비 손실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종목들의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한 까닭이다. 일각에서는 "업황이 개선되고 있어서 지금이 투자 적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스펙트럼에 따르면 생활·필수 소비재 ETF인 'TIGER 200 생활소비재'와 'KBSTAR 200 생활소비재'는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각각 12.87%, 12.77% 하락했다. 'KODEX 필수소비재'(-11.60%), 'TIGER 경기방어'(-5.21%) 등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설정액 10억원 이상 ETF 중 '곱버스'로 불리는 두 배 인버스 ETF들을 걷어내면 최하위권이다.

이들이 추종하는 지수는 코스피 200 생활소비재지수, KRX 필수소비재지수 등이다. KT&G와 한국전력 등 공공성을 띤 기업들도 있지만 대체로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오리온, 이마트, 농심 등 음식료·화장품 기업들이 많이 담겼다. 음식료·화장품 업종은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력 하락, 중국 경기 부진 등이 맞물려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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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을 투자 기회로 보는 시선도 있다. 음식료 업종의 경우 곡물 가격이 하락세라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국제 곡물 가격은 올해 들어 일제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3대 주요 곡물로 꼽히는 소맥(-20.8%), 대두(-11.2%), 옥수수(-1.50%)의 가격은 연초 대비 크게 떨어졌다. 곡물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폭등세를 겪은 뒤 올해 안정세를 되찾은 탓이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요 음식료 가공업체들의 마진 하락 흐름이 올해 2분기부터 개선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했다.

음식료 기업들의 해외 호실적에도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농심, CJ제일제당, 풀무원 등이 꼽힌다. 농심은 해외매출 성장에 주력 중이다. 12억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는 지금의 해외매출 규모를 2025년 30억달러, 2030년 60억달러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실제 올 1분기 북미 지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1% 늘어난 1717억원을 기록했다.

북미 시장 확대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는 CJ제일제당도 주가 상승 여력이 남았다는 분석이다. CJ제일제당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42%) 났지만, 미주 등 해외 실적만큼은 빛났다. 이 회사의 해외 가공식품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5%, 50% 늘어났다. 2019년 CJ제일제당이 슈완스를 인수한 뒤 2조2000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지난해 3조원을 넘어섰다.

이 외에도 베트남 라면 열풍을 등이 업은 오뚜기, 이번 달 미국 현지 법인을 설립한 롯데웰푸드 등도 유망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소비재 ETF를 운용 중인 한 펀드매니저는 "견조한 해외 수요를 기록하고 있는 음식료 기업들을 중심으로 기대를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종의 경우 중국 리오프닝 기대를 대부분 반납했다는 평가다.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만큼 빠르게 올라오지 못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추가적인 악재는 없는 만큼 하반기 상승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중국 소비 환경이 1분기를 저점으로 개선 중인 만큼, 대중국 성과 저점 통과 중"이라고 봤다. 이어 "하반기 개선하는 '상저하고'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도 "하반기 이후 한국 화장품 기업 고급 브랜드 리뉴얼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K-POP, K-드라마 인기로 중국 외 지역에서 글로벌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배성재 기자 sh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