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갑문 공사 총괄관리 지위…하도급업체에 책임 떠넘겨"
'갑문 노동자 사망' 인천항만공사 전 사장 징역 1년6개월(종합2보)
인천항 갑문에서 3년 전 발생한 노동자 추락 사망사고 당시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최준욱(56) 전 인천항만공사(IPA) 사장이 7일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오 판사는 갑문 수리공사 현장소장 A(51)씨에게도 징역 1년을 선고하고 최 전 사장과 함께 법정 구속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법인인 IPA에는 벌금 1억원을, 갑문 수리공사 하도급업체 2곳에는 벌금 5천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오 판사는 최 전 사장이 사고가 발생한 갑문 수리공사 시공을 총괄 관리하는 지위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이자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최 전 사장 측은 "IPA는 공사를 총괄 관리하지 않아 건설공사 발주자에 해당할 뿐이고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를 할 의무가 없다"며 "(IPA가) 도급인에 해당하더라도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고 고의도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현행법상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 의무는 발주자에게는 부과되지 않는다.

오 판사는 그러나 IPA가 실제로 공사 시공을 총괄 관리했는지보다 이 같은 지위에 있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천항 갑문 유지보수 업무가 IPA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이고 IPA의 인력과 자산 규모가 공사를 맡은 민간업체보다 월등히 우월하다는 점 등을 들어 IPA가 공사 시공을 총괄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봤다.

또 최 전 사장이 IPA의 '건설현장 안전관리 총괄'을 맡았고 자신이 현장 책임자임을 명백히 알고 있었던 점 등도 그 이유로 들었다.

최 전 사장은 사고 발생 2개월 전 취임해 갑문 수리공사와 관련해 정기적인 업무보고를 받았고 건설현장 노동자 보호계획을 세우도록 지시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IPA는 관련 법에 따라 추락 위험이 있는 높이 2m 이상 장소에는 안전대 부착 설비를 설치해야 하는데도 당시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중량물을 취급하는 작업을 할 때 안전대책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따라야 하는데도 계획서를 아예 쓰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 판사는 "헌법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뒀다"며 "건설공사 도급을 주로 하는 공공기관에 사업주로서 책임을 엄격히 지워야 국민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는 사법 체계가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전 사장은 IPA의 안전보건 총괄 책임자로써 산업재해를 예방하고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안전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진 점을 인식했다"며 "이로 인해 11∼12세 아이의 아버지인 피해자가 숨지는 중차대한 결과를 낳았다"고 판시했다.

오 판사는 또 "최 전 사장과 IPA는 인력이나 자산 규모가 열악한 하도급업체에 갑문 정비공사를 외주화한 뒤 책임을 모두 업체에 떠넘기고 변명으로 일관했다"며 "이 같은 갑질과 위험의 외주화가 수많은 근로자를 죽게 하는 구조를 야기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최 전 사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최 전 사장은 2020년 6월 3일 인천시 중구 인천항 갑문에서 수리공사가 진행될 당시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일 오전 8시 18분께 인천항 갑문 위에서 수리공사를 하던 B(사망 당시 46세)씨가 18m 아래 바닥으로 추락했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숨진 B씨는 사업체를 운영하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정이 어려워지자 공사장 임시직으로 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