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됐다가 9시간 만에 낙마한 이래경 씨 사퇴 전말은 음모론과 자가 발전에 매달리는 한국 진보정치의 기괴한 현주소다. ‘시민단체 원로’로 대접받는 이씨는 ‘천안함은 자폭이자 조작’이라고 단언하고 대통령을 ‘윤가’라고 멸칭하는 등 갖은 부적절한 언행으로 낙마했다. 그런데도 반성은커녕 입장문까지 내 ‘미국의 대선 개입설’ ‘코로나 미국 진원지설’ 등을 확산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그의 주장이야 사고의 진보를 거부하는 한 민간인의 망언으로 무시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애처롭고 민망한 민주당의 인식은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이재명 대표는 “결과에 대해선 무한책임 지는 게 대표의 일”이라면서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를 묻는 말에는 묵묵부답이다. 천안함 유족의 피 끓는 면담 요청마저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무 논의 없이 무시하는 모습이다.

지도부의 횡설수설에는 말문이 막힌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천안함장은 무슨 낯짝이 있느냐’며 막말을 퍼부었다. 진주만 공습은 경계에 실패한 미국 탓이고, 6·25 남침도 북을 자극한 한국 탓이라는 엉뚱한 주장과 진배없다. ‘친명’ 선봉대를 자처하는 한 최고위원도 ‘낯짝 발언’을 “혼잣말” “사담”에 불과하다고 두둔했다. 외교부 장관과의 귀엣말인 대통령 발언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외교 대참사’라며 맹폭한 자신들의 언행은 벌써 잊었단 말인가.

빗발치는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권 수석대변인이 어제 뒤늦은 ‘유감’을 표했지만 이대로 끝낼 일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명백한 사실에 대한 왜곡·선동을 멈추지 않는 카멜레온 같은 이중성과 틈만 나면 적을 편드는 의심스러운 안보관이다. “천안함 피격사건 관련 민주당의 입장은 이재명 대표와 같다”는 당 대변인의 모호한 브리핑에선 ‘폭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내심이 적나라하다.

반대 정파의 ‘5·18 헌법 전문 게재 반대’ 견해에 막말이라며 거품 물었던 민주당이다. 사실에 대한 악의적 왜곡인 ‘천안함 음모론’은 그에 비하면 훨씬 막장이자 중징계 감이다. 법적 대응을 예고한 국가보훈부의 조치가 나오기 전에 국민적 공분에 걸맞은 반성부터 하는 게 혁신의 출발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