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82세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작
한국인들에게 서부 영화 주인공으로 유명한 미국 배우 겸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올해 93세다. ‘영원한 현역’인 그는 지금도 영화를 찍고 있다. 1971년 감독 데뷔 이후 40번째 작품이다. 최근 10년간 연출한 영화만 7편이다. 영화음악 작곡도 한 그는 이 시대 진정한 영화인이다.

봉준호 감독이 가장 존경한다는 마틴 스코세이지는 81세인 올해 칸영화제에서 신작을 선보였다. 차기작으로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영화를 준비 중이며, 얼마 전 프란치스코 교황도 알현했다. ‘좋은 친구들’ ‘디파티드’ 등 폭력배를 다룬 영화에서부터 ‘사일런스’ 등 깊이 있는 종교 영화에 이르기까지 가장 폭넓은 작품 세계를 이룬 감독 중 한 사람이다.

천재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77)는 올해 자전적 영화 ‘파벨만스’를 공개했다. 13세에 첫 영화를 만들었으니, 감독 데뷔 64년째다. ‘ET’ ‘인디아나 존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쉰들러 리스트’ ‘쥬라기 공원’ 등 히트작 제조기다.

한국을 대표하는 노장 감독은 임권택이다. 올해 87세인 그는 1962년 데뷔한 이후 2015년 ‘화장’에 이르기까지 102편의 영화를 찍었다. 임 감독은 국내 3대 영화제에서 최다인 13번의 감독상을 받았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아시아 영화인 최초로 명예 황금곰상, 프랑스문화원에서 아시아 감독 두 번째로 명예훈장을 받았다. 첫 수상자는 구로자와 아키라다.

월트 디즈니와 더불어 가장 위대한 애니메이션 감독·제작자로 꼽히는 미야자키 하야오는 올해 82세다. 그의 은퇴작이 다음달 일본에서 개봉된다고 한다. 거장의 마지막 작품답게 예고편도, 홍보마케팅도 없이 포스터 한 장만 소개됐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모노노케 히메’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이 탄생한 스튜디오 지브리는 도쿄 여행 필수 코스 중 하나다.

황혼에도 식지 않는 노장들의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가장 위대한 업적은 아이 같은 호기심에서 탄생한다”(스티븐 스필버그), “미래의 시작은 언제나 즐거운 상상에 있다”(미야자키 하야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마틴 스코세이지),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권택), “사람은 나아지거나 부패하거나 둘 중 하나밖에 없다.”(클린트 이스트우드)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