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는 기술 특허를 비공개로 유지하고, 기밀 정보를 다루는 자격 제도를 도입해 경제안보를 강화한다. 또 7년 이내에 수소 가격을 3분의 1로 낮춰 차세대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보급하기로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작년 5월 제정한 경제안전보장추진법(경제안보법)의 후속 조치로 25개 기술을 특허 비공개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7일 보도했다. 스텔스 기능과 극초음속 비행 기술, 무인항공기 자율제어 기술 등이 포함됐다.

원칙적으로 특허는 출원으로부터 1년6개월 뒤 공개된다. 하지만 경제안보법에 따라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해칠 가능성이 큰 기술로 지정되면 비공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만 기밀 정보를 다룰 수 있는 제도도 도입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전보장상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특정 정보에 접근 가능한 자격을 심사하는 ‘적격성 평가’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014년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특정기밀보호법의 ‘적격성 평가’를 민간 기업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2024년 제도가 도입되면 인공지능(AI)과 우주·사이버 등 군사용으로 활용 가능한 기술을 다루는 연구자 및 기업 관계자는 기밀정보를 취급하는 자격을 따야 한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관련 제도가 없는 것은 일본뿐이다. 일본 정부는 “경제안보 기준을 미국과 유럽연합(EU) 수준으로 강화해 자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안보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산업에 대한 지원은 강화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발표한 수소기본전략을 통해 15년간 민관이 합쳐 15조엔(약 140조원)을 수소 관련 기술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현재 ㎥당 100엔인 수소 가격을 2030년 30엔, 2050년에는 20엔까지 낮추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와 암모니아를 차세대 에너지로 선정했다. 하지만 액화천연가스(LNG)보다 네 배 비싼 가격 때문에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