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사우디아라비아와 밀착하고 이란을 압박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이후 반대로 갔다. 사우디와 각을 세우고 이란과 핵합의를 시도하며 거리를 좁히려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사우디와 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이란과의 핵협상은 지지부진하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이런 시도를 "무모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핵합의를 되살리려한 대(對) 이란 정책으로 인해 중동 지역 내 미국의 동맹국들만 궁지로 몰아넣었다고 혹평했다. 반면 중동 지역 내 균열을 이용한 중국만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해석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칼럼에서 "너무 늦기 전에 미국과 중동 내 동맹국들과의 거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볼턴 전 보좌관이 WSJ에 기고한 '바이든의 무모함을 이용한 이란'이라는 제목의 칼럼 전문.

이란은 미국이 가한 정치·경제적 제약을 제거하고 있다. 이란은 중국과 러시아와 전례없는 협력체제를 구축했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동맹국들에 대한 멸시와 이란 핵합의에 대한 집착, 느슨한 이란 제재 등과 맞물려 있다. 이제 우리는 중동 지역 내 지정학적 재편과 불안정성 외에도 세계적으로 더 강화된 테러리즘 및 핵확산에 직면해 있다.

이란 핵에 대한 미국의 가시적인 결단이 없다면 이스라엘이 독자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백악관이 이스라엘과 긴밀하게 군사적 협력을 하고 있다고 시사함으로써 이란에 대한 공격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 정부의 의사 결정 과정에 개입하려 한다는 불안감을 불러 일으킨다.

결국 대안은 이란의 현 체제를 전복시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는 이유로 살해된 마흐사 아미니 사건 이후 이란 내 시위와 경제 불만은 이란 정권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다다랐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반 이란체제 인사들을 말로만 지원했다. 최소한 미국은 84세의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할 때 이란에서 전개될 소요사태 등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 그런 순간은 예기치 않게 찾아와 이란 시민들에게 정권을 무너뜨리고 야만성을 종식시킬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동안 이란의 핵 확산과 테러리즘을 압박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백악관은 핵 협상에 실패하고 이란 제재가 끝날 것으로 우려하는 중동 동맹국들의 목소리를 무시함으로써 동맹국들이 포기하고 오히려 적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다. 또한 걸프 아랍 경제의 핵심인 화석 연료에 반대하는 성전을 벌였다. 사우디아라미아가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라고 비난했다.

바이든의 정책은 재조정되지 않았다. 모든 증거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행정부는 여전히 이란 핵 협상을 되살리려 하고 있다. 이란이 억류한 인질과 관련된 "부분적" 합의조차도 동결된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해제해 이란 체제가 유지되고 지속적으로 테러나 핵무기 지원 자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협상가들은 여전히 돈이 대체가능하다는 점을 잊은듯이 이란이 동결 해제된 자산을 코로나19 백신 구매 등에게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압력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하고 있다고 확신하면서 페르시아만을 지나는 선박 항해를 방해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이란의 선박 나포와 공격적인 조치에 대해 미국이 좀더 적극적으로 대응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실망한 UAE는 두 달 전 미국이 주도하는 걸프연합 해양군 사령부에서 철수했다. 우호적이었던 아랍 국가들이 백악관을 신뢰할 수 없다며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더 늦기 전에 걸프 동맹국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외교를 해야한다.

이란은 러시아와 협력해 시리아에 주둔한 미군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란은 미군의 철수를 강요하고 반(反) IS 연합군을 붕괴시켜 친 이란 세력인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더 많은 시리아 영토를 장악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와함께 이란 외부에서 반 이란 정부 세력을 향한 테러가 계속되고 있다. 테러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줄어들자 유럽연합(EU) 의회는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를 테러 조직으로 간주할 것을 권고했다.

이란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활동을 감시하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노력을 방행하고 있다. 이란의 핵심 핵무기 자산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IAEA의 접근이 금지돼 있다.

장기적으로 더 나쁜 점은 미국과 주요 중동국과의 균열을 이용하려는 중국의 외교적 시도가 성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오만의 중재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외교관계를 정상화한 것에 발목이 잡혔다. 익명을 요구한 익명의 한 행정부 관리가 "궁극적으로 이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하며 그 의미를 축소하려고 했다. 안타깝게도 중국에만 그렇다. UAE와 다른 아랍 국가들도 이젠 중국과 러시아에 더 개방적이다.

이러한 지각변동은 미국과 주요 동맹국의 전략적 실패가 임박했음을 의미한다. 백악관은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가능성을 추측하고 약화시키려 하지 말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의 유고시 일어날 일에 대비해야 한다. 그 때까지 기다리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이란엔 두 명의 최고 지도자만 있다. 세 번째 최고 지도자가 나오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기회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