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2세가 그림으로 들려주는 '디아스포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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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동 제이슨함 갤러리서
재미교포 작가 마이크 리 개인전
재미교포 작가 마이크 리 개인전
재미교포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그린 2020년 영화 ‘미나리’, 재일교포를 주제로 한 소설 <파친코>(2017년)와 동명의 애플TV 드라마(2022년). 둘 다 타국에서 이민자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코리안 디아스포라’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이민자는 물론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 모든 현대인들에게 용기와 감동을 줬다는 찬사를 받았다.
서울 성북동 제이슨함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재미교포 작가 마이크 리(40)의 국내 첫 개인전도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주요 주제다. 리의 부모님은 1980년대 초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로스엔젤레스(LA) 인근 오렌지 카운티 지역에 정착했고, 이곳에서 사업을 일으켜 중산층 가정을 일궜다. 이 근처는 한인 밀집 지역으로 재미교포 인구가 30만여명에 달한다. 미국인과 한국인의 정체성이 뒤섞인 특별한 문화를 공유하는 하나의 ‘문화권’이란 얘기다.
리는 이 문화권 특유의 분위기를 그림에 녹여냈다. 가족앨범에서 자신의 개인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몇장의 사진들을 고른 뒤 이를 특유의 화풍으로 그려내는 방식을 통해서다. 예컨대 그의 작품 ‘홈커밍’(사진)은 부모님이 젊은 시절 이민을 온 직후 미국 집에서 촬영한 사진을 모티브로 그렸다. 집안은 어수선하고 부모님의 얼굴 부분에는 어떤 표정도 묘사돼 있지 않다. 하지만 작품 속 분위기와 빛 등에서 이들이 품고 있는 희망과 ‘아메리칸 드림’을 읽을 수 있다. LA의 오티스 미술대학을 2006년 졸업한 그는 ‘스타 워즈’ 시리즈 등의 영화 특수효과를 제작하는 루카스필름을 거쳐 21세기폭스에서 2018년까지 11년간 디자이너로 일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리는 “다른 사람의 작품을 돕기보다는 내 자신의 작업을 하고 싶어서 2009년부터 퇴근 후 5~6시간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이런 경력 덕분인지 그의 작품은 마치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을 사용해 제작한 듯한 착각을 준다. 거의 보이지 않는 붓의 질감과 특유의 흑백 그라데이션(계조·階調) 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리의 작품은 붓과 유화 물감을 사용해 전통적인 기법으로 캔버스에 그려낸 회화다.
함윤철 제이슨함 대표는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했거나 에어스프레이로 그린 게 아니냐며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붓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 과정을 직접 촬영해 보내 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베테랑’이다. 몇 년 전 타계한 6·25전쟁 참전용사 출신의 조부가 생전 즐겨 입었던 정복을 입고 서 있는 작품이다. 리에게 그 모습은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뿌리이면서도 낯설게만 느껴지는 존재였다. 리는 “처음 봤을 때는 멋지다는 생각만 들었지만 점차 여러 상념에 잠기게 됐다”며 “조부가 보여준 모습은 나에게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재였다”고 말했다.
전시기획자 고원석(전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장)은 “마이크 리는 뛰어난 그림 솜씨를 통해 미국 이민자 가정의 기억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도 리의 작품은 인기다. 작품을 사모으는 열성 팬들이 미국과 일본 등 세계 각지에 포진해 있다. 전시는 7월 15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서울 성북동 제이슨함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재미교포 작가 마이크 리(40)의 국내 첫 개인전도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주요 주제다. 리의 부모님은 1980년대 초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로스엔젤레스(LA) 인근 오렌지 카운티 지역에 정착했고, 이곳에서 사업을 일으켜 중산층 가정을 일궜다. 이 근처는 한인 밀집 지역으로 재미교포 인구가 30만여명에 달한다. 미국인과 한국인의 정체성이 뒤섞인 특별한 문화를 공유하는 하나의 ‘문화권’이란 얘기다.
리는 이 문화권 특유의 분위기를 그림에 녹여냈다. 가족앨범에서 자신의 개인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몇장의 사진들을 고른 뒤 이를 특유의 화풍으로 그려내는 방식을 통해서다. 예컨대 그의 작품 ‘홈커밍’(사진)은 부모님이 젊은 시절 이민을 온 직후 미국 집에서 촬영한 사진을 모티브로 그렸다. 집안은 어수선하고 부모님의 얼굴 부분에는 어떤 표정도 묘사돼 있지 않다. 하지만 작품 속 분위기와 빛 등에서 이들이 품고 있는 희망과 ‘아메리칸 드림’을 읽을 수 있다. LA의 오티스 미술대학을 2006년 졸업한 그는 ‘스타 워즈’ 시리즈 등의 영화 특수효과를 제작하는 루카스필름을 거쳐 21세기폭스에서 2018년까지 11년간 디자이너로 일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리는 “다른 사람의 작품을 돕기보다는 내 자신의 작업을 하고 싶어서 2009년부터 퇴근 후 5~6시간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이런 경력 덕분인지 그의 작품은 마치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을 사용해 제작한 듯한 착각을 준다. 거의 보이지 않는 붓의 질감과 특유의 흑백 그라데이션(계조·階調) 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리의 작품은 붓과 유화 물감을 사용해 전통적인 기법으로 캔버스에 그려낸 회화다.
함윤철 제이슨함 대표는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했거나 에어스프레이로 그린 게 아니냐며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붓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 과정을 직접 촬영해 보내 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베테랑’이다. 몇 년 전 타계한 6·25전쟁 참전용사 출신의 조부가 생전 즐겨 입었던 정복을 입고 서 있는 작품이다. 리에게 그 모습은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뿌리이면서도 낯설게만 느껴지는 존재였다. 리는 “처음 봤을 때는 멋지다는 생각만 들었지만 점차 여러 상념에 잠기게 됐다”며 “조부가 보여준 모습은 나에게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재였다”고 말했다.
전시기획자 고원석(전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장)은 “마이크 리는 뛰어난 그림 솜씨를 통해 미국 이민자 가정의 기억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도 리의 작품은 인기다. 작품을 사모으는 열성 팬들이 미국과 일본 등 세계 각지에 포진해 있다. 전시는 7월 15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