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대회 섭외 1순위…선수들이 알아보는 '골프 무릉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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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시그니처 홀' 2023
(2) 춘천 라비에벨CC
올드코스 15번홀(파5)
첫인상 '해볼 만하겠는데?'
착시효과로 페어웨이 넓어보여
실제로는 '핸디캡 1번 홀'
프로들도 줄줄이 트리플보기
자연 훼손 최소화 '명문 퍼블릭'
화산CC 설계자가 코스 구상
자금난에 사업 접자 코오롱 인수
5개 코스 넣을 부지에 2개만 조성
'전타임 1분 매진' 인기 폭발
올해에만 프로대회 2개 개최
3부 없이 하루 80팀 이하만
코오롱 임직원도 '클릭 싸움'
(2) 춘천 라비에벨CC
올드코스 15번홀(파5)
첫인상 '해볼 만하겠는데?'
착시효과로 페어웨이 넓어보여
실제로는 '핸디캡 1번 홀'
프로들도 줄줄이 트리플보기
자연 훼손 최소화 '명문 퍼블릭'
화산CC 설계자가 코스 구상
자금난에 사업 접자 코오롱 인수
5개 코스 넣을 부지에 2개만 조성
'전타임 1분 매진' 인기 폭발
올해에만 프로대회 2개 개최
3부 없이 하루 80팀 이하만
코오롱 임직원도 '클릭 싸움'
강원 춘천에 있는 라비에벨 올드코스의 얼굴인 15번홀(파5) 티잉구역에 올랐다. 홀 쪽을 바라보며 든 생각은 두 가지. ‘넓다’ 그리고 ‘쉽겠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다랭이논을 가운데 끼고 15번홀, 16번홀(파4), 17번홀(파3홀) 등 세 개 홀이 조성돼 있는데, 언뜻 보면 이 모든 게 초록빛 페어웨이다. 티잉구역에서 그린도 보인다. 전장이 그리 긴 것도 아니다. 화이트 티 기준 477m(블랙 532m, 골드 505m, 실버 442m, 레드 415m)로 충분히 세 번째 샷으로 올릴 수 있는 거리다.
“만만한 홀 맞죠?” 동반한 김영국 라비에벨 올드코스 총지배인에게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만만하다뇨. 핸디캡 1번홀인데요. 왜 그런지는 곧 알게 됩니다.” 이어지는 김 총지배인의 설명. “작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트리플 보기(5개)가 많이 나온 곳이 바로 이 홀이에요. 우승 경쟁을 하던 이형준과 함정우가 미끄러진 홀이기도 하죠.”
설명을 듣고 나니 홀이 완전히 달라 보였다. 티샷을 어떻게 할지부터 고민하게 했다. 정석은 왼쪽 OB구역을 피해 페어웨이 오른쪽을 공략하는 것이다. 3온 전략이다. 2온을 노리는 장타자나 3온도 버거운 단타자라면 ‘지름길’인 왼쪽으로 보내는 게 유리하다. 2온 도전에 나설지, 안전하게 3온을 노릴지 한동안 판단이 안 섰다.
이 골프장을 짓기 위해 삽을 뜬 사람은 골프장 설계회사인 오렌지 엔지니어링의 공동대표이자 골프장 설계가 안문환 씨였다. 안씨는 화산CC를 설계하고 이스트밸리, 제주 나인브릿지, 설해원 등 국내 명문 골프장 건설에 참여한 인물이다.
이런 사람이 ‘골프 무릉도원’을 만들겠다며 팔을 걷어붙인 골프장이 바로 이곳이다. 그는 이 프로젝트 이름을 ‘산요수(山樂水·산과 물이 좋은 곳)’로 짓고 54홀 코스와 빌라, 레저시설 등을 포함한 프리미엄 골프 리조트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여파로 자금줄이 꽉 막히자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이때 바통을 터치한 곳이 당시 시공사이자 지금 주인인 코오롱이다. 한국 최고 골프장 중 하나인 우정힐스CC를 거느린 코오롱은 그 노하우를 올드코스에 그대로 담았다. 오랜 준비 끝에 라비에벨이라는 이름을 붙여 2015년 4월 개장했다. 라비에벨은 프랑스어로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뜻이다. 동명의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주인공 귀도 오레피체처럼 우여곡절을 겪은 셈이다.
코오롱은 개장 전 오랜 기간 시범라운드를 운영하며 조경과 잔디를 관리했다. 페어웨이에는 켄터키블루그래스를 심었고, 헤비러프엔 파인페스큐를 식재했다. 그린은 밴트그래스. 멋진 경관과 촘촘한 잔디, 난도 높은 코스가 한데 어우러지자 아직 열 살도 안 된 어린 골프장인데도 명문 대접을 받게 됐다.
다시 15번홀. 안전하게 3온을 노리기로 하고 오른쪽을 공략했는데 공이 왼쪽으로 감겼다. OB로 알았는데, 다랭이논과 코스 경계를 두리번거리던 캐디가 반가운 얘기를 건넸다. “공 찾았어요.”
미스샷이 오히려 지름길로 공을 보낸 좋은 결과가 됐다. 캐디는 “무조건 끊어가길 추천한다”고 했다. 캐디 말을 듣고 레이업을 한 뒤 세 번째 샷으로 ‘온 그린’을 노렸다. 하지만 살짝 감긴 공은 또 그대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섯 번째 샷을 그린 근처로 보낸 뒤 어프로치 후 2퍼트. 트리플 보기였다. 프로선수들도 트리플 보기를 하는 홀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라비에벨 올드코스는 3부(저녁) 없이 봄·가을에 하루 80팀 이하, 여름에는 72팀 이하로만 받는다. 잔디 관리를 위해서다. 티 간격은 여느 골프장처럼 7분인데 코스 곳곳에 포어 캐디와 운영 인력들이 있어 앞뒤 팀 간격이 잘 유지되는 편이다. 서울 강남에서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타면 약 1시간10~20분 만에 갈 수 있다. 그린피는 주중 18만원, 주말 24만원이다. 코스 품질을 감안하면 괜찮은 편이다.
이 덕분에 대중제 골프장 중에서 가장 예약하기 어려운 골프장이 됐다. 매주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받는데, 1분 만에 모든 티타임이 동난다. ‘매크로’를 돌리는 골퍼가 있다는 의혹이 있을 정도다. 골프 인기가 한풀 꺾인 올해도 마찬가지다. 김 총지배인은 “코오롱 임직원들도 예약하려면 ‘클릭 전쟁’에 참전해야 한다”며 “그러다 보니 1년에 한 번도 못 가는 코오롱 직원이 꽤 많다”고 했다.
춘천=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다랭이논을 가운데 끼고 15번홀, 16번홀(파4), 17번홀(파3홀) 등 세 개 홀이 조성돼 있는데, 언뜻 보면 이 모든 게 초록빛 페어웨이다. 티잉구역에서 그린도 보인다. 전장이 그리 긴 것도 아니다. 화이트 티 기준 477m(블랙 532m, 골드 505m, 실버 442m, 레드 415m)로 충분히 세 번째 샷으로 올릴 수 있는 거리다.
“만만한 홀 맞죠?” 동반한 김영국 라비에벨 올드코스 총지배인에게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만만하다뇨. 핸디캡 1번홀인데요. 왜 그런지는 곧 알게 됩니다.” 이어지는 김 총지배인의 설명. “작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트리플 보기(5개)가 많이 나온 곳이 바로 이 홀이에요. 우승 경쟁을 하던 이형준과 함정우가 미끄러진 홀이기도 하죠.”
설명을 듣고 나니 홀이 완전히 달라 보였다. 티샷을 어떻게 할지부터 고민하게 했다. 정석은 왼쪽 OB구역을 피해 페어웨이 오른쪽을 공략하는 것이다. 3온 전략이다. 2온을 노리는 장타자나 3온도 버거운 단타자라면 ‘지름길’인 왼쪽으로 보내는 게 유리하다. 2온 도전에 나설지, 안전하게 3온을 노릴지 한동안 판단이 안 섰다.
○회원제 같은 퍼블릭
라비에벨 올드코스는 골프 애호가 사이에서 ‘명문 회원제 같은 퍼블릭’으로 통한다. 첫 번째 이유는 입이 떡 벌어지는 경관이다. 강원 산골짜기에 널찍하게 조성하면서도 주변 자연경관을 최대한 살렸다.이 골프장을 짓기 위해 삽을 뜬 사람은 골프장 설계회사인 오렌지 엔지니어링의 공동대표이자 골프장 설계가 안문환 씨였다. 안씨는 화산CC를 설계하고 이스트밸리, 제주 나인브릿지, 설해원 등 국내 명문 골프장 건설에 참여한 인물이다.
이런 사람이 ‘골프 무릉도원’을 만들겠다며 팔을 걷어붙인 골프장이 바로 이곳이다. 그는 이 프로젝트 이름을 ‘산요수(山樂水·산과 물이 좋은 곳)’로 짓고 54홀 코스와 빌라, 레저시설 등을 포함한 프리미엄 골프 리조트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여파로 자금줄이 꽉 막히자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이때 바통을 터치한 곳이 당시 시공사이자 지금 주인인 코오롱이다. 한국 최고 골프장 중 하나인 우정힐스CC를 거느린 코오롱은 그 노하우를 올드코스에 그대로 담았다. 오랜 준비 끝에 라비에벨이라는 이름을 붙여 2015년 4월 개장했다. 라비에벨은 프랑스어로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뜻이다. 동명의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주인공 귀도 오레피체처럼 우여곡절을 겪은 셈이다.
코오롱은 개장 전 오랜 기간 시범라운드를 운영하며 조경과 잔디를 관리했다. 페어웨이에는 켄터키블루그래스를 심었고, 헤비러프엔 파인페스큐를 식재했다. 그린은 밴트그래스. 멋진 경관과 촘촘한 잔디, 난도 높은 코스가 한데 어우러지자 아직 열 살도 안 된 어린 골프장인데도 명문 대접을 받게 됐다.
○프로골프대회 ‘섭외 1순위’
라비에벨 올드코스의 명성은 프로골프대회의 ‘러브콜’을 가장 많이 받는 골프장 중 한 곳이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열리는 대회만 두 개(한국여자프로골프 SK텔레콤 챔피언십, 한국프로골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다. 그나마도 코오롱이 더 많은 아마추어 골퍼가 코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대회 수를 줄인 결과다.다시 15번홀. 안전하게 3온을 노리기로 하고 오른쪽을 공략했는데 공이 왼쪽으로 감겼다. OB로 알았는데, 다랭이논과 코스 경계를 두리번거리던 캐디가 반가운 얘기를 건넸다. “공 찾았어요.”
미스샷이 오히려 지름길로 공을 보낸 좋은 결과가 됐다. 캐디는 “무조건 끊어가길 추천한다”고 했다. 캐디 말을 듣고 레이업을 한 뒤 세 번째 샷으로 ‘온 그린’을 노렸다. 하지만 살짝 감긴 공은 또 그대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섯 번째 샷을 그린 근처로 보낸 뒤 어프로치 후 2퍼트. 트리플 보기였다. 프로선수들도 트리플 보기를 하는 홀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라비에벨 올드코스는 3부(저녁) 없이 봄·가을에 하루 80팀 이하, 여름에는 72팀 이하로만 받는다. 잔디 관리를 위해서다. 티 간격은 여느 골프장처럼 7분인데 코스 곳곳에 포어 캐디와 운영 인력들이 있어 앞뒤 팀 간격이 잘 유지되는 편이다. 서울 강남에서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타면 약 1시간10~20분 만에 갈 수 있다. 그린피는 주중 18만원, 주말 24만원이다. 코스 품질을 감안하면 괜찮은 편이다.
이 덕분에 대중제 골프장 중에서 가장 예약하기 어려운 골프장이 됐다. 매주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받는데, 1분 만에 모든 티타임이 동난다. ‘매크로’를 돌리는 골퍼가 있다는 의혹이 있을 정도다. 골프 인기가 한풀 꺾인 올해도 마찬가지다. 김 총지배인은 “코오롱 임직원들도 예약하려면 ‘클릭 전쟁’에 참전해야 한다”며 “그러다 보니 1년에 한 번도 못 가는 코오롱 직원이 꽤 많다”고 했다.
춘천=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