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한경·INF컨설팅 산업플랫폼 혁신포럼’에서 전우종 SK증권 대표가 '자본시장 디지털 혁신과 플랫폼 전략'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기남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8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한경·INF컨설팅 산업플랫폼 혁신포럼’에서 전우종 SK증권 대표가 '자본시장 디지털 혁신과 플랫폼 전략'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기남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STO(토큰증권 발행) 시장이 본격 형성되면 앞으로는 연예 기획사의 주식을 사는 대신 그 기획사의 특정 그룹이나 프로젝트에만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릴겁니다. 하이브라는 기업이 아니라 방탄소년단(BTS)이나 뉴진스에만 따로 투자하는 식이죠.”

전우종 SK증권 대표는 8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한경·INF컨설팅 산업플랫폼 혁신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STO는 금융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포럼은 한경미디어그룹과 INF컨설팅이 공동주최했다.

“기성 금융기업, 플랫폼 전략 고민해야”

전 대표는 기성 금융기업들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가치를 끌어 올리고 서비스 이용자에겐 혁신 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서다.

전 대표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와 증권사는 업종 평균 PER이 4~7배 가량, PBR은 0.4배 안팎이다. PBR 기준으로 본다면 순자산 가치의 40% 수준으로만 평가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PBR 5배 이상을 평가받아 거래되는 ‘빅테크’ 기업들과는 딴판이다.

그는 “요즘은 기업을 평가할 때 성장성보다 수익성에 비중을 더 많이 두는 추세인데도 불구하고 전통 금융업과 테크기업간 평가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결국 시장은 빅테크의 비즈니스 모델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빅테크의 양면 시장 기반 플랫폼 비즈니스는 한계 비용이 ‘제로(0)’에 수렴한다”며 이같은 사업 구조를 기성 금융기업들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상품·서비스 이용자에 주도권 넘기라”

전 대표는 “금융기업들이 기존 사고방식을 완전히 해체하고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사나 은행 등이 으레 해온 방식은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다. 그는 “기존 금융기업들은 기업과 소비자간 연결 위주로 플랫폼 사업을 벌였다”며 “기업이 중심이 돼 이용자에게 일방향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면 플랫폼 전략으로는 플랫폼 생태계를 확장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융사가 ST를 비롯한 새로운 형태의 자산을 기반으로 수요자와 공급자를 이어주는 양면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전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한다”며 “이를 통해 플랫폼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의 전통 금융 혁신은 고객이 주체가 돼야 한다”며 “플랫폼 주도권도 금융사에서 이용자로 넘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SK증권이 그간 개인 고객에게 문턱을 낮추는 형태의 서비스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금융상품 거버넌스를 투자자에게 넘겨주는 데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혁신 금융상품·플랫폼 시장을 밀키트 시장에 비유했다. 기업이 검증된 요리법을 기반으로 재료를 상품화하고, 이용자 중 요리에 소질이 있는 이들은 요리법을 일부 변형해 자신의 입맞에 더 맞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 대표는 “밀키트를 산 사람들은 자유롭게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요리가 잘못 됐다고 해서 밀키트 제품 기업을 탓하진 않는다”면서 “앞으로는 금융상품도 이와 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기업이 플랫폼을 통해 ST를 비롯해 주식, 채권, ETF 등 각종 ‘금융 식자재’를 제공하고 이용자는 원하는 투자 상품을 조합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SK증권도 이같은 방법을 쓸 것”이라며 “이용자에게 안정성이 검증된 ‘금융 식자재’와 개인화 툴킷(도구모음)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STO, ‘디지털IB’ 시대 열 것”

전 대표는 SK증권의 플랫폼 전략을 ‘투 트랙’으로 설명했다. STO 플랫폼과 AICC 빅데이터 플랫폼이다.

STO 도입이 확산되면 디지털 기업금융(IB)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전 대표는 “STO 플랫폼은 수익증권, 파생결합증권, 주식, 채권 등 전통 증권 영역을 ST로 만들 수 있다”며 “이후로는 브랜드, 지식재산권(IP) 등 무형자산을 투자계약증권이나 비금전신탁 형식으로 자산화하는 식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했다.

SK증권은 지난해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기업 펀블과 함께 ST 기반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을 출시했다. 롯데시그니엘 1개실을 공모상품 1호로 출시해 판매했다. 전 대표는 “SK증권은 ST 초기 발행, 유통, 청산까지 한 국내 첫 증권사”라며 “국내 어느 증권사보다도 실전 경험이 앞서있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ST 사업에 대해선 세 가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이용자 중심 생태계 구축 △공동성장 등이다. 전 대표는 “STO는 어느 한 사업자가 독자적으로 벌여 키울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분산원장 노드를 통해 증권사, 은행, 발행 플랫폼 등 여러 주체를 연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다른 기업과의 업무협약(MOU), 파트너십 구축 등을 비롯해 합자법인(조인트벤처·JV) 등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AICC 빅데이터 플랫폼은 ‘고객 생성형/참여형 금융상품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이 플랫폼은 AI 비서를 비롯한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AI가 이용자의 목적과 의도를 파악해 상담해주는 AI 상담 서비스도 운영한다.

초개인화 서비스를 3단계로 추진한다. 유형별 사용자를 나눠 서비스하는 ‘나같은 사람을 위한 개인화’가 첫 단계다. 주요 금융 기업들이 이미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가 통상 이런 식이라는 설명이다.

개인 사용자를 겨냥한 ‘오직 나만을 위한 개인화’는 다음 단계다. 전 대표는 “이용자 참여형 개인화가 가장 고도화된 단계”라며 “밀키트로 비유하면 이용자가 자신만의 요리법을 적용해 음식을 스스로 조리해 먹는 단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