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하나증권 디지털본부장(왼쪽), 안혁 한국투자증권 수석팀장(오른쪽)이 한경/INF컨설팅 산업플랫폼 혁신포럼에서 각 사 ST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김기남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최원영 하나증권 디지털본부장(왼쪽), 안혁 한국투자증권 수석팀장(오른쪽)이 한경/INF컨설팅 산업플랫폼 혁신포럼에서 각 사 ST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김기남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금융투자업계의 대표적 신사업 분야로 꼽히는 토큰증권(ST) 시장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활발해질 전망이다. 새 먹거리를 찾고 있는 증권사들이 각종 신규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ST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토큰 형태로 발행한 증권이다. 이론적으로는 상업용 빌딩, 예술품, 명품 잡화, 지식재산권(IP) 등 모든 비정형자산에 대한 권리를 토큰으로 만들어 거래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ST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금융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관련 서비스가 나올 전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ST 시가총액은 내년 34조원에서 2026년 100조원을 넘겨 2030년에는 367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최원영 하나증권 디지털본부장은 이날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한경·INF컨설팅 산업플랫폼 혁신포럼’에서 “올 하반기 중 1000원 단위로 금속 원자재 조각 투자를 할 수 있는 ST 플랫폼을 내놓는 게 목표”라며 “ST 시장 초반에는 부동산, 원자재 등 실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안정형 ST 상품을 우선 출시하고, 시장 반응을 파악해 콘텐츠·IP 관련 ST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증권은 금속 원자재 ST 플랫폼 구축을 위해 디지털전환(DX) 전문기업 아이티센과 협업하고 있다. 금, 은, 백금, 팔라듐 등 실물 금속 원자재를 기반으로 ST를 발행해 유통한다. 최 본부장은 “이외에도 정보기술(IT), 미술품, 선박 등 여러 기업들과 협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이날 ST는 증권사에 유망 신사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엔 각 증권사들이 거의 동일한 금융투자상품을 가지고 수수료 경쟁을 하는 반면 ST 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어떤 자산을 토큰으로 만드는지에 따라 차별화를 이룰 수 있어서다. 그는 "초기 ST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유통보다는 발행 단계가 중요할 것”이라며 “다른 증권사와는 다른 하나증권만의 독창적인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MZ(밀레니얼+Z)세대는 주식·채권 등 전통적 투자 수단 이외에 가상자산 등 새로운 비금융 투자처를 찾고 있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ST는 이같은 신규 투자 수요를 잡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자산 사업 전반을 키우는 바탕이 될 수도 있다. 최 본부장은 “ST는 증권사가 암호화폐,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탈중앙금융(디파이·DeFi)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교두보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원칙상 내용이 대부분이다. 주요 내용은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법안이 마련되어야 정해질 전망이다. 금융위는 이달 말께 개정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증권사들의 사업 추진에 일부 불확실성이 있는 이유다.

최 본부장은 “법안 발의 전 섣불리 플랫폼을 구축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위험)을 줄이기 위해 여러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ST 발행과 유통 주체간 분리 원칙이 엄격이 적용될 경우엔 장외시장에서 ST 거래를 원활히 하기 위해 장외 거래 중개업을 직접 추진하는 방안, 여러 발행 기관과 협업해 장외거래 중개업체를 설립하는 방안 등을 따져보고 있다” 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도 ST 사업을 키우고 있다. 지난 3월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손잡고 ST 협의체인 ‘한국투자 ST 프렌즈’를 출범했다. 이 협의체에서 ST 분산원장 메인넷을 마련한 뒤 추가로 파트너 기업을 더할 계획이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수석팀장은 “한투는 투자은행(IB),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역량이 뛰어난 기업”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ST 투자 저변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투자상품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