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용산도 추첨제…가점 낮은 2030 노려볼 만
60㎡ 이하 소형 아파트, 추첨 비중 높고 저렴
‘분양가 상한제 적용’ 강남서만 하반기 600가구 분양
1주택자도 청약 가능
‘1순위 자격’ 유지가 관건
“앞으로 서울에서 청약 나오는 아파트는 다 써보려고 합니다. 옛날에는 추첨제로 공급되는 집이 모두 큰 평수라서 분양은 엄두도 못 냈는데, 소형도 추첨한다잖아요. 어쩌면 이번이 서울에서 새 아파트에 살아 볼 유일한 기회일지도 몰라요.”

서울에 사는 34살 최주영 씨(가명)는 올해 서울에 추첨제로 공급되는 소형 아파트에 모두 청약할 계획이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최씨는 서울 직장에 다니며 은퇴한 부모님 댁(마포구)에 얹혀살고 있다. 독립하고 싶었지만 만만치 않은 서울 주거 비용을 생각해 부모님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 직장생활 7년 동안 차곡차곡 2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모았다. 예전 같았으면 그 돈으로 서울 시내에는 구축 아파트 마련도 빠듯했겠지만 이제는 신축 아파트 청약을 노릴 기회가 생겼다.

올해 최소 1만 가구 이상 추첨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3만3000여 가구에 달한다. 금리 상승세가 진정된 데다 최근 서울 청약 시장에서 주요 단지들이 흥행하자 건설사들이 미뤄오던 분양 물량을 하반기에 속속 내놓을 전망이다.

정부의 규제 개선에 따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되는 아파트 중 전용면적 60㎡ 이하는 물량의 60%가 추첨으로, 40%는 가점제로 공급된다. 전용면적 60~85㎡는 가점제 70%·추첨제 30%,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아파트는 가점제 80%·추첨제 20%가 적용된다. 비규제지역 85㎡ 이하 아파트는 가점제 40% 이하에서 지방자치단체가 가점·추첨 비중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85㎡를 초과하는 아파트는 100% 추첨제로 공급된다.
강남3구‧용산도 추첨제…가점 낮은 2030 노려볼 만
아직 분양을 앞둔 단지의 면적별 공급 물량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추첨제 물량을 추정하긴 어렵다. 전체 물량의 최소 30% 이상이 추첨으로 공급된다고 가정하면 올해 1만여 가구가 추첨제 물량으로 나올 전망이다. 일부 단지는 100% 추첨제로 나와 추첨제 전체 물량이 2만 가구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저렴한 소형평수에 실수요자 주목

시장에서는 특히 추첨으로 풀리는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에 주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저렴해 20·30대가 진입을 노려볼 만한 가격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투기과열지구 기준 전용 60㎡를 초과하는 아파트에 비해 추첨제 비중이 큰 것도 장점이다. 소형 아파트 추첨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윤석열 대통령은 무주택 20·30대 미혼 남녀와 신혼부부가 내 집 마련을 더욱 쉽게 할 수 있도록 소형 아파트 추첨제 분양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청약 시장에서는 추첨제 비중이 큰 주택형과 분양가가 저렴한 단지 위주로 흥행하고 있다. 자금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청년층 청약자가 대거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분양한 서울 은평구 신사동 ‘새절역 두산위브 트레지움’은 1순위 청약에서 평균 78.93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비규제지역인 이 단지는 전 가구가 전용 85㎡ 이하여서 일반분양 물량의 60%가 추첨제로 공급됐다. 전용 84㎡ 기준 7억1000만~8억8000만원에 책정된 저렴한 분양가도 관심을 모았다.
강남3구‧용산도 추첨제…가점 낮은 2030 노려볼 만
지난 4월 공급된 동대문구 ‘휘경자이디센시아’는 51.7 대 1의 높은 경쟁률로 완판됐다. 이 단지는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10억원에 달해 강북권에서는 비교적 높은 가격에 공급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반 분양에 나온 전용 39~84㎡ 700가구 물량 중 60%가 추첨제로 공급된 데다 서울 시내에서 10억원 이하에 새 아파트에 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부각해 수요자의 관심이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은 분양가 상한제’…수만 명 몰릴 듯

추첨제에 더해 하반기에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강남권 주요 아파트도 분양에 나설 전망이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가점이 낮은 사람과 1주택자 등이 청약에 참여할 수 있어 전문가들은 수만 명이 청약에 몰리는 등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은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용산구 등이다. 올 하반기 이 지역에서는 대규모 공급이 예정돼 있다. 총 1097가구 규모인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에서는 465가구가 일반분양으로 나올 예정이다. 이 단지에서는 전용 59㎡가 141가구, 84㎡가 324가구 공급된다. 면적별로 각각 87가구와 97가구가 추첨으로 분양된다는 의미다.
강남3구‧용산도 추첨제…가점 낮은 2030 노려볼 만
하반기에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일반분양 292가구),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176가구),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296가구), 송파구 신천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578가구) 등도 분양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강남 3구에서만 600가구 가까운 물량이 추첨제로 분양되는 것이다.

청약자격 더블 체크…특별공급도 추첨

추첨제는 가점제에 비해 비교적 허들이 낮지만 청약하려면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1순위 청약 자격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민간분양 1순위 청약 자격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주택이거나 1주택을 보유한 세대주여야 한다. 주택청약종합저축에 24개월 이상 가입된 상태여야 하며, 지역별 예치금도 충족해야 한다. 청약하는 지역이 서울과 부산이라면 전용면적 85㎡ 이하는 300만원, 102㎡ 이하는 600만원, 135㎡ 이하는 1000만원, 이외 모든 면적은 1500만원의 예치금이 청약저축에 있어야 한다. 기타 광역시는 250만~1000만원, 기타 시·군은 200만~500만원의 예치금액을 확보해야 한다. 추첨제 물량의 75%는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된다. 나머지 25%는 무주택자와 1주택 처분 조건부로 당첨자가 정해진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일반공급 외에 생애 최초 특별공급과 신혼부부 특별공급 등에도 추첨제가 도입된다. 기존에는 생애 최초의 경우 우선(소득 기준 130% 이하) 70%, 일반(소득 기준 160% 이하) 30%로 공급 물량이 배정됐지만 앞으로는 우선 50%, 일반 20%, 추첨 30%로 특별공급을 한다. 추첨 30%는 소득 요건이 없고 1인 가구도 참여할 수 있어 미혼 젊은 층이 다수 참여할 전망이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역시 우선 70%, 일반 30%에 자녀 수에 따라 선별이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우선 50%, 일반 20%, 추첨 30% 등으로 공급한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역시 소득요건이 반영되지 않으며 자녀 수와도 관계없어진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