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받겠다고 9일 발표했다.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 대상이 아니라며 만장일치로 거부 의견을 밝힌 지 1주일 만이다. 정치권에서는 정부·여당이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선관위가 마지못해 수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관위는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위원회의를 열고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한해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했다. 선관위는 입장문을 통해 “행정부 소속인 감사원이 선관위의 고유 직무에 대해 감사하는 것은 (선관위를) 독립기관으로 규정한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도 “국민적 의혹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의혹을 조속히 해소하고 당면한 총선 준비에 매진하기 위해 이 문제에 관해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번 감사와 별개로 감사원의 감사 범위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기로 했다. 선관위는 “감사 범위를 두고 선관위가 감사원이 다투는 것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명확히 하기 위해 헌법에 대한 최종 해석 권한을 가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고 했다. 감사원은 다음주 감사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특혜 채용 외에 업무추진비 유용 등 선관위 내부 비리 의혹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감사 범위를 한정할 필요도 없다는 입장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선관위가 주장한) 부분 수용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감사 범위는 감사원이 결정한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위원장 및 선관위원 사퇴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전원 사퇴 후 위원들을 어떻게 충원할지 생각하면 (사퇴는)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권익위는 감사원 감사와 별도로 최근 7년 동안 선관위에 있었던 채용 및 승진 사례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퇴직자를 포함해 지난 7년간의 선관위 채용 및 승진 내역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선관위 채용 비리 전담조사단을 5개 반, 총 32명 규모로 꾸렸다.

전범진/오형주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