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9일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의 근무 태만과 유권해석 개입 등 비위 사실을 적시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전 위원장은 “표적감사 결과를 공개한 것은 위법”이라고 반발했다.

감사원은 이날 공개한 권익위에 대한 ‘공직자 복무관리실태 등 점검’ 감사보고서에서 ‘전 위원장이 평소 상습 지각을 하는 등 근무시간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 관용차 출입 기록과 SRT(수서발고속철도) 오송역 도착시간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 위원장은 취임한 2020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근무지가 세종청사로 돼 있는 89일 중 오전 9시 이후 출근한 날이 83일(93.3%)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청사로 출장 시엔 근무일 115일 중 112일(97.4%)을 오전 9시 이후에 출입했다. 첫 일정이 오찬이거나 오후에 잡혀 있는 91일 중 76일(83.5%)은 아예 오전 출입 기록을 확인할 수 없었다.

감사원은 권익위가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해충돌 여부 유권해석을 유리하게 해주는 과정에서도 전 위원장의 개입 사실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전 위원장은 추 장관에게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실무진의 보고에 “가정적 상황을 가지고 직무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고 답변이 나가면 되겠느냐”고 질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당시 권익위는 전 위원장이 유권해석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전 위원장이 외부 인사와의 오찬에서 청탁금지법상 식사 가액(1인당 3만원)을 초과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참석인원을 조작했다는 의혹도 감사원은 사실로 인정했다. 부하 직원에 대한 갑질로 중징계받게 된 고위 간부 구제를 위해 전 위원장이 탄원서를 쓴 것에 대해서도 “갑질행위 근절을 위한 주무부처의 장으로서 적절한 처신이라 보기 어렵고,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전 위원장의 갑질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의혹 등 세 건에 대해 기관 주의 조치를 내렸다. 다만 전 위원장의 상습 지각 등 비위에 대해선 야권 성향 감사위원들의 반대로 별도 처분을 요구하지 않았다.

전 위원장은 “감사위원회는 위원장 관련 모든 사안에 대해 위법·부당 행위가 없다는 ‘불문’ 결정을 했다”며 “명예훼손, 무고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추가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