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부여박물관, 7월 30일까지 백제 목간 다룬 전시 선보여
나뭇조각에 담긴 역사의 한 페이지…백제의 기록문화를 만나다
나무를 깎아 그 위에 먹으로 문자를 쓴 것을 목간(木簡)이라 한다.

글을 적은 나뭇조각이라 보면 된다.

종이가 널리 쓰이기 전 고대 동아시아 사회에서 흔히 쓰였던 게 바로 목간이다.

고대 생활상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인 목간을 통해 백제를 소개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난달부터 국립부여박물관에서 선보인 특별전 '백제 목간 - 나무에 쓴 백제 이야기'는 백제 유적에서 발견된 목간을 중심으로 백제의 기록문화를 조명한 전시다.

전시는 지금까지의 목간 유물 발굴 현황과 보존 상태 등을 짚으며 시작한다.

심상육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특별연구원이 지난달 열린 학술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부여에서는 1983년 관북리 유적을 시작으로 올해 2월까지 백제 목간 약 160점이 출토된 바 있다.

나뭇조각에 담긴 역사의 한 페이지…백제의 기록문화를 만나다
특히 쌍북리 일대에서는 다양한 목간이 출토돼 학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1부 '목간, 발굴에서 보존까지'에서는 나무로 만든 문자 자료인 목간이 1천500년 동안 땅에서 썩지 않고 발견된 이유, 발굴 이후의 보존 처리 과정 등을 설명한다.

이어진 '목간, 어디에서 나왔을까?'는 백제 목간의 90% 이상이 발견된 사비 도성, 즉 오늘날 부여의 모습을 영상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전시의 핵심은 그간의 연구 성과를 집약한 '목간, 나무에 쓴 백제 이야기' 부분이다.

백제 사람의 신분과 이름, 행정, 세금 징수와 꼬리표, 의료, 대출과 이자, 백제 사찰과 제사, 손 편지, 글씨 연습과 폐기 등에 관한 내용을 다양한 유물을 보며 이해할 수 있다.

나뭇조각에 담긴 역사의 한 페이지…백제의 기록문화를 만나다
구구단 일부가 적혀 있는 목간, 유교 경전인 '논어'(論語) 구절을 담은 목간 등이 시선을 끈다.

백제의 목간을 오늘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 형식으로 소개한 점도 흥미롭다.

예를 들어 왕명의 출납을 담당하는 관직인 내신좌평(內臣佐平)이 공무원 명단 확인을 요청하자 '득진'이라는 인물은 대화방에서 목간 사진 한 장을 보낸다.

목간의 주제, 활용 방법 등을 쉽게 풀어낸 설명 방식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목간은 몇 글자 되지 않는 내용이 적힌 나뭇조각에 불과하지만, 역사의 한 페이지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가치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7월 30일까지.
나뭇조각에 담긴 역사의 한 페이지…백제의 기록문화를 만나다
/연합뉴스